◇제6회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최종 선정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소설가 김형경 윤후명 박범신, 문학평론가 김화영, 소설가 구효서 은희경, 문학평론가 김미현 우찬제 하응백씨. 이종덕 기자 |
‘쉬운 여자’는 논쟁적인 작품이다. 소위 ‘헤픈 여자’로 낙인찍힌 여주인공을 통해 그 속에 담긴 도발적인 여성성을 아이러니하게 구현하고 있다. 외형적 쉬움과 내면적 어려움의 갈등과 분열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개성적인 여성인물을 통해 어려운 척하고 진지한 척하는 남자들이나 세상에 한방 날리는 청개구리 전법을 재치 있게 구사한다. 하지만 옷을 전혀 입지 않고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듯한 불편함이 계속 주제의 발목을 잡는다. 문단 개념 없이 문장만으로 이어지는 서술들도 소설의 긴장을 떨어뜨린다. 또한 상상이나 허구로 처리된 결말부분의 폭발력이 약해서 허무하고 손쉬운 마무리가 되어 버렸다.
◇첫째줄 왼쪽부터 김화영 박범신 윤후명, 둘째줄 왼쪽부터 구효서 김형경 은희경, 셋째줄 왼쪽부터 하응백 우찬제 김미현. |
존재 자체가 원죄인 구성원들의 실존적 딜레마를 강조함으로써 손쉬운 사회 비판으로부터 벗어난 것도 장점이다. 살인을 기획하는 과정의 디테일이나 정보가 흥미롭고, 서사적 논증이나 추리에 바탕을 둔 플롯도 탄탄해서 장편소설적 스케일에 부합한다.
다만 주인공의 콩고 여행 체험 이후로 급물살을 타는 결말로의 이행이 지나치게 계몽적이어서 오히려 부담스럽고 작위적이다. 거친 문장도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도 남을 정도로 국제암살사나 당대 문화코드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이루어짐으로써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의 접합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선이 굵고 재기 발랄한 신인작가의 탄생에 기대가 크다.
김화영 박범신 윤후명 구효서 김형경 은희경 하응백 우찬제 김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