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신분 상승’의 원조 격인 신데렐라 이야기의 원작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리 구두 이야기 대신 동화답지 않은 잔혹한 내용도 있다고 한다. 발이 작은 여성을 신붓감으로 염두에 두었던 왕자가 아주 작은 털 슬리퍼를 이용해 신붓감 후보들의 발을 쟀다. 이 털신에 발을 맞추기 위해 큰 언니는 엄지발가락을 잘라 겨우 털신에 발을 끼워 넣는 데 성공했지만 곧 들통나 쫓겨났고, 작은 언니도 발뒤꿈치를 잘라내면서까지 간택받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발이 작았던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하게 됐다는 것이다.
영국의 동물행동학자인 데즈먼드 모리스는 그의 저서 ‘벌거벗은 여자’에서 ‘신데렐라’ 속 왕자가 일종의 풋 페티시즘(Foot Fetishism) 성향을 보이는 사람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신의학 용어인 페티시즘은 ‘물신숭배’를 뜻하는데, 이성과의 성적인 관계보다는 특정 물건이나 신체 부위에서 성적 쾌감을 얻는 일종의 도착 현상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왕자처럼 작은 발에 집착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신체 부위나 신발·속옷·의류 등 물건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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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SK병원 대표원장 |
이 때문일까. 페티시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남성들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여성의 다리를 향하게 되고, 각선미를 돋보여 시선을 잡아끌기에 좋은 스타킹도 덩달아 인기를 끈다. 이제 스타킹은 패션 소품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독창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스타킹 착용 역시 너무 맵시만 생각하다가 건강을 해칠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스타킹이나 레깅스같이 다리를 꽉 조이는 의상은 다리의 혈액 순환을 방해해 하지정맥류나 다리부종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
그렇다고 다리를 죄는 것이 다 몸에 나쁘지만은 않다. 어떻게 조이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킹으로 인해 생긴 병을 스타킹으로 치료할 수도 있다. 의료용 스타킹은 발목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올라가면서 압력이 서서히 약해지도록 특수하게 설계됐다. 다리에서 심장으로 올라가는 정맥의 피를 올려주는 데 효과가 좋아 하지정맥류나 심부정맥혈전증의 치료에 쓰인다. 또 세포간질의 압력을 높이고 부종액과 단백성분의 재흡수를 촉진시켜 림프 순환을 돕고 다리가 붓는 부종 증세를 감소시킨다. 이 치료용 스타킹은 장기간 착용하면 종아리가 날씬해지는 미용적인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단, 의료용 스타킹은 증세와 용도에 따라 적정한 압력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적인 진단을 받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심영기 연세SK병원 대표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