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이 지난해 말 기준 무려 3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금액으로는 1조3000억원가량이다. 전년도에 비해 40%나 늘어난 규모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기회복 징후가 있으나 아직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한겨울이다. 도산기업이 속출하면서 체불금액이 줄지 않고 있다. 심화된 양극화 속에 저소득층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 부산의 한 건설현장에선 비정규직 노동자가 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벌였다. 또 다른 건설현장에선 근로자 10여명이 체임에 항의해 현장소장을 컨테이너 박스로 제작된 현장사무소에 감금하는 일도 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마땅히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임금은 자신뿐 아니라 딸린 식구의 생계수단이다. 악성 임금체불은 한 가정을 파괴하는 범죄행위에 다름없다. 오죽했으면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임금을 받으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빚어지겠는가.
정부는 설이나 추석이 다가오면 의례적으로 체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엄포성 대책’에 그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구속수사 등 엄정 대처를 외치지만 체임으로 구속된 사업주는 많지 않다. 재산을 은닉하고 고의로 임금을 떼먹다 들통나면 패가망신한다는 점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체임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고 체임업주 처벌을 강화하려는 태도는 만시지탄이다. 신속한 법 개정이 요구된다.
불가피한 체임에도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도산기업은 2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정부가 임금지급을 보장하지만 도산 직전의 중소업체 근로자는 정부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적지 않다. 무보증 생계비 대부제도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설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임금을 받지 못해 우울한 설을 맞는 근로자 수를 얼마나 줄이느냐는 정부 노력에 달렸다. 엄포만 놓을 게 아니라 현장을 뛰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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