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미국 사우나를 간다. 워싱턴에도 한국식 사우나가 생겨 교포들의 사랑을 받고는 있지만 우리집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미국 사우나를 두고 굳이 한 시간씩이나 걸리는 한국 사우나는 특별한 경우만 빼고는 잘 가지 않는다.
이번에도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백인, 흑인, 멕시코인, 한국인, 일본인 등 오색 인종이 다 들어온다. 이렇게 다른 인종들이 모여서 자기네 말로 떠들 때는 그 소리가 말소리가 아닌, 그냥 시끄러운 소리로만 들린다.
특히나 베트남, 인도, 중국 사람 말투가 제일 심하다. 그런 소리를 한참 듣고 있노라면 귀가 왕왕 거리며 정말 소음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럴 때 속으로 '내가 다른 나라 사람들만 있는 데서 친구와 한국말로 수다를 떨 때도 저렇게 들렸겠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런걸 보면 공공장소에서 수다 떨 때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어쨌든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미국과 일본 사람들이 가장 조용하게 소곤소곤 말하고 대체로 중국, 베트남, 인도 사람들은 시끄럽고 한국 사람들이 제일 시끄러웠다. 이번엔 친구하고 같이 들어온 두 아줌마가 한국말로 제일 크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아줌마는 며느리를 일찍 봤는지 상당히 젊어 보였는데 같이 온 여자한테 며느리가 너무 게으르고 반찬을 잘못 만들어 아들이 고생한다고 흉을 있는 대로 보고 있었다.
그녀들은 아마 내가 다 알아듣고 있는 한국 여자인줄도 모르고 중국이나 일본 여자인 줄 알고 그렇게 신나게 며느리 흉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언제 어느 때 누가 들을지 모르니 말조심 하라는 뜻으로, 밤 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는 말이 있나 보다.
그러던 중 어떤 흑인 여자가 또 들어오는데 수박만한 가슴을 무거운듯 손으로 받치고 들어 온다. '오~ 마이갓!' 보기만 해도 부담스럽다. 아마 저런 가슴을 가진 여자를 만난 남자는 분명 그 큰 가슴사이에서 질식사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번엔 어떤 백인 할머니가 들어온다. 할머니는 얼굴과 몸은 족히 70세는 넘어 보였는데 가슴은 탱탱한 20대 처녀에 가까웠다. 하지만 얼굴과 몸이 서로 밸런스가 전혀 안맞아 너무너무 이상해 보였다. 물어 보진 안했지만 십중팔구 할머니가 젊었을 때 가슴 수술을 한 모양이다.
실제로 친구 중에 가슴 성형을 한 친구가 있어 '수술한 가슴은 어떻게 생겼냐'며 호기심에 보여달라고 했다가 손가락으로 가만히 눌러봤는데 그 때 진짜로 느낀 것은 가슴 수술 같은 건 영화배우나 패션모델 할 거 아니라면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았다.
수술한 가슴을 손으로 만져본 느낌은? 보기에 풍만하고 아름다운 것과는 달리, 가슴의 그 부드러운 자연미는 전혀 없었고 꼭 돌덩이를 만지는 느낌이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고 누가 말했던가? 적어도 가슴을 놓고는 보기 좋은 떡은 만지면 꽝이다! 라는 말로 바꿔야 한다.
요즘 한국에서도 가슴 큰 김혜수가 섹시녀의 상징이고 남자들도 가슴 큰 여자만 좋아한다고 여자들이 가슴 성형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여자 가슴만 크다고 좋아하는 그런 남자는 골 빈 남자가 분명할텐데 왜 여자들은 자기 몸을 희생해가며 남자들의 취향에 맞추려고 노력할까?
성형도 자기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으려고 한다면 이해하지만 단지 남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라면 좀 그렇다. 요즘 시대가 많이 변해서 젊어 보이려고 나이 먹은 여자들까지 보톡스를 맞고 뜯어고치는 데, 언뜻 봤을 땐 젊어 보일지 몰라도 결국은 오십보 백보 거기서 거기다!
몸은 나이를 속일 수 없고 절대로 세월은 사람을 비켜가지 않는다는 걸 그 사우나 안의 미국 할머니를 보고 더욱 실감 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