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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PIGS’를 반면교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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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쇼크 세계경제 강타
출구전략보다 유동성 확보를
유럽발 금융쇼크가 회복 기미를 보이던 세계 경제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고 있다. 미국과 일본 경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중국이 긴축정책으로 돌아선 가운데 또다시 금융쇼크가 발생한 것이다. 2008년 9월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으로 지난해 2월 동유럽 금융위기와 11월 말 두바이 사태에 이어서 세 번째다. 이같이 반복되는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지지 않겠느냐는 불안감마저 고조된다. 이번 유럽발 금융위기는 재정상태가 악화된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증시가 폭락하면서 세계 금융불안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그리스를 비롯, 포르투갈·스페인 등의 남유럽 국가들을 위기에 빠트린 주요 원인은 국가재정 위기다. 그리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재정사정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포르투갈·스페인 등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락하는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무리한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펼친 결과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 안팎에 달한다. 그리스는 국가부도 위기에 처하자 유럽연합(EU) 차원의 구제금융을 희망하고 있다. 원래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EU 회원국들은 ‘안정성장협약’에 따라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3% 이하로 관리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그리스 등 일부 유럽국가들이 부도를 맞으면 유로화가 심각한 타격을 입기에 독일·프랑스 등이 구제금융에 나서면 작년 2월 동유럽발 금융쇼크처럼 일시적인 악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의 재정문제 역시 심각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TV뉴스에 출연해 “부채가 계속 증가하면 미국 경제가 더블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2.8%에 불과했지만, 올해 말 12∼1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재정은 선진국에 비해 튼튼한 편이다. 정부는 한국의 재정위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정적자는 2009년 현재 GDP 대비 2.8%에 불과하다. 그리스(12.7%) 포르투갈(9.3%) 등과 비교하면 월등하게 낫다.

그렇더라도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게 불안요인으로 지적된다. 또한 유럽발 금융위기로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세계 교역이 위축돼 한국의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면 재정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유럽발 금융위기로 글로벌 자금이 신흥시장을 이탈, 안전자산인 달러로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증시는 유동성 부족, 주가 폭락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각국 정부가 금융위기 탈출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한 데다 초저금리 정책을 지속해 유동성이 대거 풀렸다.

또한 올 들어 중국의 긴축정책, 미국의 재정지출 축소와 금융규제에 이어 유럽국가 재정위기까지 불거지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금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한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이 순유출되고 있다. 외화유동성 경색 현상이 우려된다.

금융위기에 처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은 2008년 이후 수차례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경험을 상기해야 한다. 한국은 최근 27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쌓고 있다. 그러나 유동성 경색에 대비해서 미국 및 주요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확대연장하고 단기자본 이탈을 방지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할 여지는 없다고 본다. 출구전략 역시 상응하는 비용부담이 따른다. 국내경기 부양을 위해서 무리한 재정지출을 확대하다가 재정위기를 당한 PIGS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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