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개봉된 영화 ‘졸업’은 197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을 향수에 젖게 만든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성격배우 더스틴 호프먼이 스타덤에 오른 영화로도 유명하다. 대학 졸업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젊은이들의 불안과 기성세대의 부도덕성을 예리하게 드러낸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주인공이 미국 동부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후 방황하다 아버지의 직장 동료 부인과 불륜관계를 맺는다든가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데리고 도망치는 장면 등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에서 졸업은 불확실한 삶이 지배하고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 찬 현실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상징한다.
졸업은 축하받을 일만은 아니다.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 많은 대학 4학년생이 졸업공포증을 앓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고교 졸업생도 비슷할 것이다. 피 말리는 입시경쟁을 치러야 하는 고등학교가 기다리고 고교 졸업생에게도 여러 형태로 불확실한 삶이 입을 벌린다. 졸업이 끝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졸업식 날 과격한 소동을 벌이는 것은 지나치다. 졸업식 뒤풀이로 보이는 집단괴롭힘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파문이 증폭되고 있다. 동영상에는 25∼30명의 남녀 학생이 한 여학생의 교복을 강제로 찢어 속내의 차림이 되게 하고 머리에 케첩을 뿌리는 장면이 찍혀 있다. 지난 5일 서울 금천구의 중학교 인근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피해 여학생은 그날 중학교를 졸업했고 가해 학생들은 같은 학교 졸업생과 선배 고교생들이 섞여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학생은 동영상에 찍힌 여중 졸업생 등 모두 3명이다. 가해 고교생들은 “그날 있었던 일은 학교의 ‘전통’으로 매년 졸업식마다 반복되고 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졸업 의식이라는 건데, 이런 범죄적 행위를 전통이라고 둘러대니 어이가 없다. 사람 잡을 판이다. 졸업식 날 속옷만 입고 바다로 뛰어드는 제주도 여학생들도 있었다. 이 모습이 담긴 사진은 엽기적이다.
기성세대가 졸업생들의 원초적인 불안감을 이해하고 이를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졸업식이 난장판이 돼서는 곤란하다. 폭죽과 소화기, 밧줄까지 등장하면서 졸업식 뒤풀이가 폭력화하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졸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부터 고쳐야 한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전천실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