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일본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
일본의 다양한 사회문제와 재일교포 문제 해결을 위해 몸 돌볼 시간도 없이 몰두했던 정 교수는 어릴 때부터 재일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으며 많은 고생을 해온 교포 사회의 살아있는 증인이었다. 재일교포 사회가 정 교수의 타계를 안타까워하는 이유다.
정 교수의 예기치 못한 사망을 필자는 조금이라도 예견해서일까. 다가오는 신학기부터 사용할 교사자격증 시험 필수과목인 국제인권수업 교과서를 집필하는 도중 ‘재일동포와 일본사회’에 대한 원고를 의뢰했다. 그렇게 쫓기면서도 쾌히 승낙을 했고, 우정 어린 원고를 받았으나 그것이 정 교수의 유고가 될 줄 몰랐기에 나의 슬픔은 더욱 크다.
상대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이해하면서 재일교포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노심초사하던 정 교수. 그가 버겁게 버텨온 사회문제의 일부라도 바꿔보려고 노력해온 고투를 독자들과 함께 새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65년간 그 여린 몸으로, 차디찬 패전 직후의 일본 사회에서 차별과 싸우며 자신을 잊고 버텨온 그의 삶이 있었기에 재일교포의 권리 향상도, 한일 관계의 기반 구축도 가능했음을 우리 정부와 사회는 물론 많은 교포들도 잊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정 교수가 마지막까지 몰두했던 재일교포 무연금 문제는 재일 한국인을 위한 그녀의 마음가짐의 일단을 드러낸다. 1959년부터 시행된 국민연금법상 수혜 대상이 일본인으로 한정된 국적 조항 때문에 재일 한국인은 배제됐다. 1982년 시작된 ‘내외인 평등’을 골자로 한 난민조약에 의해 일부 재일 외국인도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20세를 넘은 장애자와 60세 이상 고령자는 제외된다는 규정 때문에 재일교포 고령자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재일교포 사회 주류를 이루는 교포 2세들은 일본밖에 모르는 사실상 일본인이지만, 국적 조항에 걸려 사회보장 혜택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평생을 재일교포의 권익 향상을 위해 몸바친 정 교수. 그의 죽음을 계기로 조국 한국이 재일교포의 아픈 삶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줬으면 한다.
이수경 일본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