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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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종교와 담장 허문 불교계 '큰 어른'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과 배려"… 故 김수환 추기경 등과 교류
“이 세상에 가장 위대한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친절이다. 만나는 대상마다 그가 곧 내 ‘복밭’이고 ‘선지식’임을 알아야 한다. 그때 그곳에 그가 있어 내게 친절을 일깨우고 따뜻한 배려를 낳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7년 12월 법정 스님이 길상사 개원법회를 방문한 김수환 추기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법정 스님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이듬해 명동성당에서 특별강론을 했다.
연합뉴스
법정 스님은 마지막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이웃에 대한 배려, 나눔과 공덕의 의미를 이렇게 전하고 있다. 말과 실천의 조화를 온 생애로 보여준 법정 스님은 불교계의 어른 스님으로서 천주교나 개신교, 원불교 등 이웃 종교와도 담을 쌓지 않는 것으로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법정 스님은 특히 지난해 2월 선종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아름다운 종교 화합의 모습을 보여 다종교 한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법정 스님은 1997년 12월14일 길상사 개원법회에 김수환 추기경이 참석해 축사를 해준 것에 대한 답례로 이듬해 명동성당 축성 100돌 기념 초청강연에서 특별강론을 하기도 했다. 또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발행하는 평화신문에 성탄메시지를 기고했다.

스님은 기고문에서 “예수님의 탄생은 한 생명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낡은 것으로부터 벗어남”이라며 “우리가 당면한 시련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낡은 껍질을 벗고 새롭게 움터야 한다”고 설파했고, 메시지 중간에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하면서 끝에 ‘아멘’이라고 쓰기도 했다.

법정 스님은 또 1998년 2월24일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신자 1800여명 앞에서 ‘나라와 겨레를 위한 종교인의 자세’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을 열어 ‘무소유’의 정신으로 당시의 IMF 경제난국을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법정 스님이 2000년 4월28일 봉헌된 길상사 마당의 관음보살상 제작을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 전 서울대 교수에게 맡긴 일은 또 한번 화제를 모았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