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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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입적> 장익 주교 "스님 고맙습니다"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에 대한 애도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천주교계에서도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법정 스님과 30여년간 교유한 전 천주교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는 11일 '스님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법보신문사에 보내 애도를 표했다.

장 주교는 법정 스님이 길상사를 창건하기에 앞서 함께 유럽의 유서 깊은 수도원을 여행했으며, 김수환 추기경의 길상사 개원법회 참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천주교 주교로는 이례적으로 1993년 법정 스님이 시작한 '맑고 향기롭게' 운동에도 참여하는 등 종교간 벽을 넘는 인연을 쌓았다.

장 주교는 "이 어렵고 어지러운 시대를 사는 이들이 참다운 깨달음을 찾아 얻어 모두가 함께하는 맑고 향기로운 삶의 길에 눈뜨게 해 주시던 법정 큰스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것을 누구인들 애석해하지 않겠는가"라며 "이 시대의 스승이요 빛이시던 그 어른을 진정 기리는 마음에서, 우리 모두 큰 스님의 샘물 같은 말씀을 마음에 더욱 새로이 새기며 하루하루를 참되이, 고맙게 살아나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글에서 그는 "법정 큰스님과 선연을 맺은 지는 어느덧 한참 세월이 많이 흘렀다"라며 "자주 뵈옵지는 못했고, 또 뵈어도 서로 몇 마디 가벼운 담소만 나누었으면서도 처음부터 마음이 통하는 그런 귀한 만남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부처님 오신 날에 갓 지은 법련사에서 종교와 삶에 관한 진심 어린 대담을 나눈 보람된 일, 더 나아가 성북동 길상사를 세상에 여는 법요식에 김수환 추기경께서 친히 봉축사를 하신 종교간 미증유의 경사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에 화답하여 큰스님께서 명동 대성당을 가득 채운 천주교 신자들을 깊이 감동시킨 성당 초유의 법문을 하신 일 등은 앞으로 종교인들이 마땅히 가야 할 길을 내어준 참으로 뜻 깊은 사건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천주교주교회 의장 강우일 주교 또한 11일 조전을 보내 애도했다.

강 주교는 조전에서 "우리에게 무소유의 가르침을 남기고 가신 법정 스님의 입적을 슬퍼하며 큰 스님을 잃으신 불자 여러분에게 온 국민과 더불어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시간과 공간을 버리시고 당신의 모든 것을 비우신 법정 스님의 영원한 삶을 빈다"고 밝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