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법정스님의 유언 때문. 스님은 11일 입적하기 전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절판을 우려한 독자들이 스님의 저서를 앞다퉈 사들이면서 서점에서 법정스님의 책이 귀해졌다.
교보문고에서 법정스님 입적 후 저서 판매량이 하루 만에 5배 늘어났으며, 인터파크도서에서도 ‘무소유’, ‘일기일회’, ‘아름다운 마무리’ 등 스님의 산문집과 법문집이 판매량 1∼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대표작 ‘무소유’, ‘홀로 사는 즐거움’, ‘말과 침묵’, ‘텅빈 충만’ 등은 오프라인 서점뿐 아니라 예스24, 알라딘, 인터넷교보문고 등 대부분 인터넷 서점들에서도 ‘품절’, ‘절판’, ‘판매중지’로 안내되고 주문이 불가능하다.
출판계와 서점가는 “지금 아니면 못 구한다는 분위기가 퍼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하고 있다.
인터파크도서 오경연 북마스터는 “법정스님의 유지로 현재 더 이상 관련도서의 출간 예정이 불투명해 갑자기 도서 주문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출판사로부터 소량씩 도서가 확보되는 대로 한정적으로 판매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책을 찾는 사람은 많지만 출판사들은 “모든 출판물을 앞으로 더는 출간하지 말라”는 유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무소유’를 낸 범우사의 김영석 실장은 “스님의 좋은 뜻이 더 많이 읽혀야 할 텐데 싶고, 절판되면 오히려 무단 복제판이 판칠 수도 있어 걱정”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샘터의 김성구 대표는 “법정스님이 이끄신 시민모임 ‘맑고향기롭게’의 뜻을 들어보고 절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온라인뉴스부 bodo@segye.com, 팀블로그 http://ne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