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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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 대한 진지한 성찰 '민주주의의 모델들'

민주주의의 모델들/데이비드 헬드 지음/ 박찬표 옮김/후마니타스/2만5000원

데이비드 헬드 지음/ 박찬표 옮김/후마니타스/2만5000원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스스로 민주주의 국가임을 자처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자칭하는 정권의 말과 행동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역사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사상이 우리에게 정치적인 것에 대한 열정과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면, 민주주의의 실제 역사는 끊임없이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정치학부 교수가 쓴 ‘민주주의의 모델들’은 그간 역사적으로 등장했고 실험되었던 다양한 민주주의의 이념들과 구체적 실천의 내용들을 유형화·모델화함으로써, 각 모델들이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하고 있으며, 그 한계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역사적으로 제도화되고 관성화된 민주주의의 의미에 파열을 내고, 우리가 잊고 있거나 새롭게 추가되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마침, 오늘의 한국 사회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민주적 선출, 여야 간의 정권 교체, 진보 정당의 의회 진출 등 민주주의의 형식적 조건 내지 절차는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치열한 다툼과 희생을 통해 이룩하고자 했던 ‘민주주의’와 현실의 ‘민주주의’ 사이의 간극에 대한 우려로 가득 차 있다. 나아가, 이상적 모델로서의 민주주의와 현실의 작동 방식으로서의 민주주의 사이의 간극으로 혼란을 겪고도 있다.

민주주의는 하나의 이상적 모델로 구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렇기에 역사상 존재해 왔고, 이론적으로도 일정한 체계를 갖춘 여러 모델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주의의 열 가지 모델을 살펴보고 있는 이 책은 그 필요에 적절히 부응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던 사회들에서 전개되었던 깊은 사색의 결과물들을 통해 과도기적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한 좀 더 진지한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