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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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외압 논란

명진 스님 “安대표가 압력행사” 발언 파문
연간 재정규모 국내 단일 사찰 중 최대
그동안 종단 안팎서 지정 과정 놓고 ‘시끌’
일각 “도선사는 제외… 타깃 삼은것 아니냐”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를 대한불교 조계종 직영사찰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21일 안상수 원내대표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정치권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을 둘러싸고 그간 조계종 종단 안팎에선 과정의 부당성 문제가 강하게 거론됐다. 조계종 총무원은 강북의 조계사와 강남의 봉은사를 도심 포교의 거점 벨트로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명진 스님 측은 종단 밖 외압세력의 의혹을 제기해 왔다.

◇명진 스님이 21일 오전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배후에 정치권의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한 뒤 신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직영사찰이란=
조계종 소속 2500여 사찰은 규모에 따라 시주금 등 사찰 수입금 중 일정 부분을 총무원에 올려 보내 종단 사업에 사용토록 하고 있다.

사찰 가운데 규모가 크거나 시주금이 많은 곳, 또는 종단 차원에서 특별한 위상을 갖는 사찰은 ‘직영사찰’ 또는 ‘특별분담금 사찰’로 지정돼 종단에 대한 재정분담금이 많다.

직영사찰은 1994년 조계종단개혁 과정에서 선정된 것으로 현재 총무원 직영사찰은 총무원과 같은 자리에 있는 조계사와 팔공산 갓바위인 선본사, 강화도 보문사 등 세 곳뿐이다.

조계종 직영사찰은 조계종 총무원장이 당연직 주지가 되고 형식상 주지가 사찰 살림을 맡는 ‘재산관리인’일 뿐이다.

일반 사찰주지의 임기는 4년이지만 관리 주지는 임기를 보장받지 못하며 직영사찰의 재정은 모두 조계종단에 귀속된다.

이 때문에 전국에서 몰려드는 기도객들의 기도비가 수입원의 대부분인 갓바위나 보문사 같은 기도처가 아닌, 신도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장 사찰로 하여금 총무원 재원의 한 축을 담당케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논란이 제기돼 왔다.

봉은사 측은 직영사찰로 전환되면 봉은사가 그동안 자율적으로 시행해오던 재정공개나 신도들의 사찰운영 참여 등이 좌절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애초 봉은사와 함께 도선사도 직영사찰화한다고 했던 총무원 측이 문도회의 반발을 이유로 봉은사만 직영사찰을 추진함으로써 애초 봉은사만을 타깃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흘러나왔다. 여당 실력자들이 은근히 주지 사퇴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봉은사와 명진 스님=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봉은사는 연간 재정규모가 국내 단일 사찰 중 최대 규모다. 1960∼80년대부터 조계종 이권 다툼의 온상이 됐고, 1988년에는 조직폭력배가 사찰에 난입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2006년 11월 명진(60) 스님이 주지로 취임한 이후 지난해 8월까지 1000일 동안 산문을 나가지 않은 채 매일 1000배 기도정진과 투명한 사찰 운영을 통해 3년 전 150명 정도였던 일요법회 참여자를 1000여명으로 늘리고 연 예산 86억원을 136억원 규모로 늘리며 도심 속 수행도량으로서 면모를 쇄신했다.

하지만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는 봉은사에 ‘중수부 검사들은 출입을 삼가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고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불교의식을 집전한 명진 스님의 행적은 정권의 눈엣가시였을 거라는 억측도 난무했다.

명진 스님은 고교 졸업 후 해인사로 출가해 성철 스님 밑에서 1년간 수행하다가 군복무 후 1974년 법주사에서 사미계, 1975년 법주사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1986년 해인사 승려대회에서 큰 몫을 했고, 1994년 조계종단 개혁 당시에도 큰 목소리를 내는 등 사회문제와 종단개혁에 깊이 관여한 조계종단의 중진이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