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친숙한 가로수였던 플라타너스(버즘나무)가 가로수 '왕좌'를 다른 나무에 내주고 있다.
4일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1980년 12월말 기준 플라타너스는 서울시 전체 가로수 중 가장 많은 38%를 차지했고 수양버들이 27%, 은행나무가 14%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2009년 12월말 현재 플라타너스의 비율은 29%로, 41%를 차지한 은행나무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물러났다. 수양버들의 처지는 더 딱하다. 지금은 전체 가로수 중 수양버들의 비율이 고작 0.2%에 불과하다.
병충해에 강하고 성장이 빠른 나무 위주로 가로수를 선정한 초기 정책에서 벗어나 미관이 뛰어난 나무와 고유종 위주로 가로수를 교체하면서 '가로수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최근에는 또 미관뿐 아니라 기능성도 감안하는 방향으로 가로수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너무 크면 곤란, 알레르기 유발도 안돼 = 플라타너스는 세계 4대 가로수에 들만큼 가로수로서 장점이 많은 나무다.
병충해에 매우 강하고 성장 속도도 빠르다. 가지치기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다양한 모양을 연출하기에 좋다. 잎의 면적이 넓어 대기정화 기능도 탁월하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특성이 오히려 단점이 돼버렸다. 20m 이상 자라고 잎이 넓기 때문에 고층 건물의 창이나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이 잇따랐다.
꽃이 화사하지 않고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외래종이라는 점도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다.
결국, 플라타너스는 2004년 9만8천65그루에서 2009년 8만1천162그루로 5년 사이 무려 1만7천 그루 가까이 줄었다.
수양버들은 봄이면 하얗게 흩날리는 홀씨가 코를 간지럽게 하거나 재채기를 나게 하는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실격 판정을 받았다.
2009년 현재 서울시내 가로수 가운데 수양버들은 516그루에 불과하다. 한때 서울에서 두번째로 많은 가로수였던 점에 비춰볼 때 최우선 수종 교체 대상이 바로 수양버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꽃이 예뻐야 인기, 고유종도 확산 = 2000년 이후는 꽃이 예쁜 나무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이팝나무다.
이팝나무는 4월에 하얀 꽃을 피우는데 마치 하얀 쌀알을 연상시킨다고 해 이팝, 즉 쌀밥나무로 불린다.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본래 산에서 자라는 야생 나무였으나 아름다운 꽃 덕에 조경수로 인기를 끌었으며, 수년 전부터 가로수로도 사용되고 있다.
2004년까지만 해도 시내 가로수 중 이팝나무는 한 그루도 없었으나 2009년에는 4천742그루에 달했다.
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벚나무도 꾸준히 개체수가 늘고 있다. 2004년 1만2천462그루에서 2009년 2만527그루로 5년 사이 60% 이상 증가했다.
소나무도 최근 가로수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04년 359그루에서 2009년 3천521그루로 10배가량 증가했다. 우리 민족 고유의 나무라는 정서적 동질감과 `늘 푸른 나무'라는 상징성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예쁘기만 해서는 곤란, 기능성도 고려해야 = 전문가들은 과거처럼 병충해에 강하고 성장이 빠른 나무 위주로 가로수를 선정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무턱대고 보기 좋은 나무만 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조경관리팀 김동완 주무관은 "조경수와는 달리 가로수는 무엇보다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로수는 오염물질이 많은 도시에서도 튼튼히 뿌리를 내릴 수 있어야 하며 대기정화 기능도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 넓은 잎으로 시원한 나무 그늘도 제공해야 한다.
이런 점에 비춰 최근 개체수가 많이 늘어난 소나무와 벚나무 등은 가로수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잎이 뾰족한 소나무는 나무 그늘이 넓지 않고 병충해에 약하다. 특히 남부지방부터 확산하는 소나무 재선충에 감염되면 손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벚나무 역시 꽃은 아름답지만 해충에 약하고 가지치기를 하면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 가로수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가로수의 미관을 중시하는 추세에 따라 10여년 전부터 플라타너스를 다른 수종으로 교체해 왔지만 2~3년 전부터 다시 유지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김 주무관은 "가로수 본연의 기능을 고려하면 플라타너스의 수를 너무 줄이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앞으로 가로수 정책은 미관과 기능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서울서 30년새 9%p↓…은행·이팝나무 등으로 대체
서울시 "미관ㆍ기능 균형 맞춰 정책 추진"
서울시 "미관ㆍ기능 균형 맞춰 정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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