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에 관심없는 초식남과 결혼을 하고 싶은 육식녀의 신경전 펼쳐져
-. 때론 여자들이 먼저 남자를 유혹해 결혼에 골인하기도
-. 일본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결혼 상대 여성 1위는 ‘청결하지 못한 여성’
일본에는 ‘혼활 (婚活,콘카츠)’이라는 말이 있다. ‘결혼활동’이라는 말을 줄여서 부르는 용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결혼을 위한 활동’ 정도가 될 수 있겠다.
이 말은 2009년에 본격적으로 등장해 많은 일본인들의 입에 오르는 유행어가 됐으며 심지어 혼활이라는 타이틀을 단 드라마까지 등장해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런데 한가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굳이 ‘결혼을 위한 활동’이라는 말이 왜 유행어가 되고 그것이 사회적인 반향을 얻느냐는 것이다. 살다보면 다양한 계기가 되어 남녀가 만나게 되고 이를 통해 교제를 하고 자연스럽게 사랑을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이 과정을 굳이 ‘혼활’이라고 이름붙이고 그것에 열광을 하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지금 일본에서는 우리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제 더 이상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 것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 점점 많아지는 ‘초식계 남자들’은 이제 더 이상 여자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그러니 이들에게 여자와의 사랑과 결혼이라는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일본에서 ‘혼활’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남자가 등장한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우선 일반적인 형태의 ‘혼활’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자. 일본에서도 전통적으로는 미팅이나 난파가 유행했다. 난파는 길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작업’을 시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헌팅’ 정도가 비슷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친구의 소개로 인한 만남이 많기는 하지만 이제 ‘맞선파티’와 ‘맞선 사이트’가 혼활의 새로운 방식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맞선 파티란, 파트너를 찾기 위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일정한 회비를 내고 파티에 참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곳에서는 여러 명의 이성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맞선 싸이트란 남녀의 만남의 계기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는 사이트를 말한다. 여기서는 자신의 정보와, 원하는 이성의 조건 등을 자세히 기입하여 등록한다.
그리고 자신의 조건과 일치하는 사람과 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은 후, 마음이 맞으면 실제로 만나게 된다. 인터넷을 통하여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 중에서 미래의 남편이나 부인을 찾는 것은 이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인들은 어떤 연애관을 가지고 있을까. 아사히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주간정보지 <AERA(아에라)>는 ‘결혼으로 이어지는 연애, 이어지지 않는 연애’라는 특집 기사를 실은 적이 있었다.
당시 AERA는 인터넷 조사회사인 ‘마크로미르’사에 의뢰, 수도권 간사이 지역에 거주하는 310명의 20~30대 남녀를 설문조사했다. 이들은 결혼한지 2년 이내의 사람들이다. 이번 조사의 대상은 교제의 계기, 교제 기간, 성관계 횟수, 함께한 여행지, 문자를 주고 받는 횟수 등, 다양한 부분에 걸쳐 조사했다.
우선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만남의 유형은 친구의 소개(19.7%)였다. 이외 미팅, 맞선파티가 8.1%, 술집과 바, 클럽에서 만났다는 의견이 같은 8.1%였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친구의 소개에 의한 만남의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주선자들이 함께 모두 나와 잠깐 인사를 시켜주고 가거나, 혹은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아 주선자 없이도 둘이서 만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런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비록 ‘친구의 소개’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여럿이 함께 만나다가 서로 어느 정도 마음이 통해야만 단둘이 만나는 경우가 많다. 대체적으로 낯을 많이 가리고 친해지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일본인의 특징들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프랑스인의 경우 남녀의 만남의 계기 중 가장 많은 것 중의 하나가 ‘지하철에서 무조건 말을 건다’라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연애문화도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교제 이후에 이들은 결혼을 하게 될까. 응답자들의 35.8%가 ’1년 이상 3년 미만’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는 전체 결혼의 60%가 3년 이내에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결혼 전 교제기간 내의 성관계는 어떨까. 1년 이상 3년 미만인 대상자들은 약 100회가 19%, 50회가 26%, 20회가 20%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다른 나라 국민들에 비하면 극히 적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콘돔 브랜드 「듀렉스」가 2005년도에 세계 41개국, 31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살펴보면, 일본인의 연간 평균 성관계 횟수는 45회로 최하위였다. 세계 1위는 그리스로 138회, 세계 평균인 103회에 비교해 보더라도 일본은 한참이나 뒤쳐졌다.
일본인들의 데이트 장소는 역시 유원지가 많이 꼽혔다. ‘결혼 전에 자주 가던 장소’로 서로의 집을 제외하고는 칸토(?東)지방에서는 도쿄 디즈니랜드가 14.2%, 칸사이(?西)지방에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 5.2%로 각각 1위에 올랐다. 이를 보면 유원지의 인기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결혼을 결심한 계기’는 어떤 것일까?
남성의 경우 「상대방을 지켜주고 싶어져서」가 31.0%로 1위를 차지했고, 「나이의 압박을 느껴서」가 17.4%, 「부모님께 인사 드려서」가 11.0%, 「아이가 생겨서」가 9.0%, 「결혼 후 행복해 하는 친구를 보고」가 6.5%로 그 뒤를 이었다.
2위를 차지한「나이의 압박을 느껴서」를 살펴보면, 최근 일본은 남녀 모두 결혼연령대가 높아져 부모님이나 친척 등에게 결혼에 대해 재촉 받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아이를 계기로 결혼을 결심하는 커플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여성의 경우는 「나이의 압박을 느껴서」와 「아이가 생겨서」가 각각 13.5%로 1위를 차지 했고 「프로포즈에 감동해서」가 8.4%, 「상대방을 지켜주고 싶어져서」가 5.2%로 그 뒤를 이었다.
남성보다 여성 쪽이 나이로 인한 압박감을 더 느끼는 것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프로포즈는 남성이 한 경우가 70%정도를 차지했고, 「어느쪽도 프로포즈 하지 않았다」가 27.3%, 여성에 의한 프로포즈는 4%미만으로 적었다. 프로포즈를 할 때 하는 말은 「결혼하자(해 주세요)」라는 심플한 말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본의 여성은 입을 다문 채 결혼을 기다리고만 있는 것일까? 대답은 No이다. 「상대방에게 결혼을 의식하도록 행동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과반수의 여성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여성들은 상대방에게 결혼을 의식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사귄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50%이상이 「결혼이란 건 참 좋은 것 같아」와 같이,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1년 이상이 되면 함께 부모님을 함께 만나거나, 「아이를 가지고 싶다」등, 간접적으로 결혼을 상기시킨다고 한다.
또한 카레나 햄버거, 고기 감자조림(일본의 대표적 가정요리) 등, 상대방이 좋아하는 요리로 어필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자신을 위해 어떤 투자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피부관리를 받았다」가 26.2%, 「다이어트를 했다」가 22.6%, 「새로운 옷을 장만했다」가 19.0%, 「휘트니스 클럽에 다니고 있다」가 11.9%로 주로 외형에 치중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결혼 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예전에 사귀었던 여성과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성격 문제」라는 대답이 51.1%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생활 방식」이 11.6%, 「문화 차이(자라난 환경 등)」가 5.8%, 「금전 감각」이 2.6%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또한 남성들은 처음 사귀기 시작할 때는 여성의 외모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 내면도 매우 중요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남성들은 어떤 성격의 여성을 기피할까? 「독점욕이 강한 여성」이 23.1%로 1위, 그 뒤를 이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여성」이 20.1%, 「일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여성」이 17.9%,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여성」이 13.4%,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는 여성」11.2%를 차지 했다. 이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다수의 남성이 자기중심적이고 비관적인 성향의 여성을 기피한다.
「남성들이 싫어하는 여성의 데이트 중의 행동」이라는 질문에서는 「담배를 피운다」가 22.4%로 1위, 「이야기에 흥미 없는 태도로 일관한다」가 20.9%, 「상대방이 돈을 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가 20.1%, 「데이트 내내 휴대 전화를 신경 쓴다」가 15.7%로 그 뒤를 이었다. 일본 역시 담배를 피우는 남성은 많지만, 역시 자신의 여자친구에 한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자친구 집에 가서 실망한 이유」라는 질문에서는 「쓰레기가 쌓여있었다」가 13.4%, 「벗어 놓은 옷이 마루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가 12.7%, 「인테리어가 너무 여성스러웠다」가 11.9%, 「먼지가 쌓여 있었다」가 10.4%, 「설거지가 쌓여 있었다」가 8.2%,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았다」가 6.0%로, 상위 6개 항목 중 5개가 청소, 정리에 관련된 부분으로, 여성에게 「청결함」 과「세밀함」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조사결과를 토대로, 인닛뽄 매거진이 독자적으로 분석한 일본인의 연애관은 다음과 같다.
1. 결혼의 만혼화
우선 주목할 만한 점으로는 일본 역시 결혼이 점점 늦어진다는 사실이다. 초혼 연령의 상승은 대다수의 선진국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일본은 1970년 대 이후 점차 이러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1972년 제정된 남녀고용기회평등법에 의해 여성의 경제적 자립이 점차적으로 확립됐으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상승했다.
결국 여성들은 이제 일방적으로 결혼을 통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개인주의가 점차 확산돼 자신의 일과 수입을 중요시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일본의 평균 초혼 연령은, 여성은 20대 후반, 남성은 그보다 1살 높다.
2. 약해지는 남성과 연애 방식의 변화
지위가 점차 향상되고 있는 여성과는 정반대로 남성들은 오히려 약해져가고만 있는 듯 하다. 거리에서 매력적인 여성을 발견해도 말을 잘 걸지 못하는 남성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으며 조건적으로 만들어진 맞선파티나 맞선 싸이트 등을 통해 연애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앞에서 살펴보았던 프로포즈 관련 조사 결과를 보면, 얼핏 남성들이 주도적인 것처럼 보이나, 실제적으로는 주변의 영향이나 여성의 재촉에 의해 결혼을 하는 남성들의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여성의 부담 증가
또한 맞벌이 문제도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 남성들은 이제 여성들에게까지 경제적인 능력을 기대하기 시작했고 또한 이제까지의 ‘여성스러움’도 함께 원함으로써 여성들은 점점 더 결혼에 있어서 부담스러운 짐을 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남성의 사회적 지위의 저하에 의해, 여성들이 짊어지는 부담의 크기도 커져만 가고 있다. 남성들은 이제까지처럼 여성스러움을 기대하는 한편, 경제적인 능력도 기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의 여성들은 늘어만 가는 나이에 불안해 하며 직장에서는 열심히 일하고, 쉬는 날에는 피부와 몸매관리에 힘을 쏟고, 맞선 파티에 나가 결혼 상대자를 찾고 있다.
21세기 일본의 연애는, 전통적인 여성스러움을 요구하는 「초식계 남성」과 필사적으로 기대에 부응하려는 「육식계 여성」의 조합이라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대로 여성의 부담이 점점 늘어간다면, 만혼화와 독신주의가 더욱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니뽄 매거진(관련기사 더보기 클릭!) www.innippon.net 이메일 chaery2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