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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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뚫린 방역망… 조기진화 실패땐 사상최악 피해우려

입력 : 2010-04-23 10:59:20
수정 : 2010-04-23 10: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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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김포 이어 충주서도 발생
확산 경로 여전히 안갯속… 당국 속수무책
돼지 바이러스 전파력 소의 최대 3000배
4만여마리 살처분… 피해규모 2002년 육박
구제역이 전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천 강화군에서 시작한 구제역은 바다 건너 경기 김포시로 번지더니, 22일에는 내륙 한가운데인 충북 충주시에서도 확진 판정이 나왔다. 특히 김포나 충주 농가는 구제역의 감염 경로나 매개가 파악되지 않아 사전 차단 등 추후 방역대책을 세우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번 구제역이 사상 최대 피해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충북도축산위생연구소와 충주시 직원들이 22일 돼지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충주시 신니면 용원리 농장 주변 입구에서 방역 준비를 하고 있다.
충주=연합뉴스
◆구제역 확산 경로 안갯속=
섬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급기야 내륙 한가운데까지 퍼져나갔지만, 가축방역 당국은 어찌된 영문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구제역은 동물, 사람이나 차량, 공기 등을 매개로 전파되는데 아직까지 이 같은 역학적 관련성을 밝혀내지 못했다.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가 유입됐는지 알아야 추후에 비슷한 형태의 감염을 막을 수 있는데, 아직 단서도 찾지 못한 것이다.

지난 8일 강화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가축방역 당국은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위험지역(반경 3km 이내), 경계지역(3∼10km), 관리지역(10∼20km)’을 설정하고 가축 매몰 처리, 반출입 금지 등 이동통제, 소독을 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3중 방역망이 잇따라 뚫려 앞으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막막하다. 시간이 갈수록 구제역이 더 빠른 속도로 번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달리 손쓸 방도가 없어 상황만 지켜보고 있다. 구제역이 터지면 부랴부랴 매몰 처분 등으로 추가 확산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지금 가축방역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가축방역 당국은 이날 구제역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 중 2번째로 높은 ‘경계’ 수준으로 지금처럼 유지하되, 대응 태세는 최고 수준인 ‘심각’에 맞추기로 했다.

◆사상 최악 피해 기록 우려=구제역이 내륙교통의 중심지인 충주에서, 더구나 바이러스 전파력이 소의 100∼3000배에 달하는 돼지가 감염됐다는 점에서 이번 구제역이 조기에 진화되지 못할 경우 정부 수립 이후 역대 최대 피해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수립 이후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2000년, 2002년, 올 1월에 이어 이번까지 모두 4차례다. 그중 피해가 가장 컸던 것은 2002년으로 52일 동안 경기 안성·용인·평택, 충북 진천 등 2개도 4개 시·군에서 16건이 발생했다. 돼지가 15건으로 대부분이었고, 소는 1건이었다. 16만155마리가 살처분됐고, 살처분보상금(531억원)과 경영안정자금지원(404억5000만원) 등 1434억원의 피해를 기록했다.

그러나 강화군에서 시작된 이번 구제역은 이미 4만2793마리가 살처분 조치됐고, 살처분 보상금만 521억원으로 1차와 3차 때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2차 때에 근접하고 있다. 더구나 아직 구제역이 잡히지 않은 상태라 피해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