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29일 만인 24일. 물속에 잠겨 있던 함수(艦首. 군함의 앞머리)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대로 함수 절단면은 갈기갈기 찢어져 처참했다.
함교(艦橋. 함장이 항해 중에 함을 조종, 지휘하기 위해 갑판 맨 앞 한가운데에 높게 만든 갑판)의 뒷부분은 무엇인가에 맞은 듯 사선으로 완전히 무너져내린 형태였다.
백령도에서 1.5km 떨어진 침몰 해역. 이날 낮 12시40분께 옹진군 행정 선(船)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자 탑재바지선 위에 놓여 있는 함수의 정면이 눈에 들어왔다.
함수의 앞모습은 언제 사고를 당했느냐는 듯 온전했다. 함교의 유리창은 깨지지 않았을 정도로 멀쩡했다. 선저(船底. 배의 밑바닥)의 고정형 소나(음탐장비)도 그대로 있어 암초에 부딪혀 침몰한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배가 함수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자 함수의 옆모습과 함께 무너져 내린 함교의 뒷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천안함 고유번호 '772'는 선명했다. 하지만, 우현은 침몰 당시 오른쪽으로 90도 기울며 가라앉았던 상황을 설명하듯 곳곳에 긁힌 자국이 보였다.
3, 4번 체인과 맞닿아 있는 표면도 함수를 세울 당시 심한 마찰을 일으킨 듯 녹슬어 있는 모습이었다.
76mm 부포(副砲. 군함에 주포(主砲) 다음에 설치해 놓은 작은 구경 속사포)는 제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40mm 부포의 좌측면은 뻥 뚫으려 있었고 포신은 어디로 날아간 듯 보이지 않았다. 항해등과 사격통제레이더 등이 달린 마스트(돛대)도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함수 뒤쪽으로 서서히 이동하자 갈기갈기 찢어져 뾰족하게 솟아오른 절단면이 눈에 들어왔다.
잔해물 유실을 막고자 절단면을 칭칭 감은 초록색 그물망이 삐죽삐죽 치솟은 절단면 곳곳에 걸리며 처참한 광경을 연출했다.
절단면 최상단부 인근의 해치는 고리가 떨어져 넘어진 상태였고 연돌부분 10여m도 어디론가 날아간 것으로 보였다. 좌측 하단부는 `C'자(字) 형태로 왼쪽으로 비스듬히 찢긴 모습이었다.
23일 인양한 연돌도 바지선 위에 놓인 채 평택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함수가 올려진 바지선 옆에서는 해경 방제정이 혹시 모를 기름유출에 대비하고 있었고 고무보트를 탄 해병대원들은 기름 흡착포를 펼쳤다.
실종자 가족들은 청해진함에서 아들의 귀환을 바라며 인양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함수가 있는 해역에 머물기를 10여분. 평택으로 옮겨질 함수를 남겨둔 채 행정선 뱃머리를 돌리자 함수의 앞모습만이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천안함 함수는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언제 참사를 겪었느냐는 듯 무심한 표정이었다.
<연합>
'갈기갈기' 찢어진 절단면..함수 처참한 모습
기사입력 2010-04-24 15:01:00
기사수정 2014-09-03 11:40:25
기사수정 2014-09-03 11:40:25
함교 뒷부분 사선으로 완전히 무너져
관련 뉴스
Copyrights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