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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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또 살처분..60대 한우농 '눈물'

입력 : 2010-04-25 15:11:41
수정 : 2010-04-25 15: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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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일이..."

충북 충주시 신니면 마수리 신석마을에 사는 박관동(68)씨는 지난 23일 방역당국으로부터 사육 중인 한우 21마리를 살처분해야 한다는 통지서를 받은 이후 말을 잃고 깊은 시름에 잠겼다.

10년 전에 이어 또다시 자식 같은 소를 땅에 묻어야 한다는 현실을 믿을 수 없어서다.

박씨는 지난 2000년 4월 동네 주민이 기르던 한우가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자신의 소 8마리를 축사 근처에 묻었고, 이번에는 인근 신니면 용원리에서 발생한 돼지 구제역 때문에 또 한 번 살처분 대상(반경 3km 위험지역) 농가가 된 것이다.

그는 25일 진행된 살처분에 앞서 연합뉴스 기자를 만나 "보상은 둘째치고 애지중지 키운 것들을 묻어야 하는 심정이 너무 막막하다.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며 비통해했다.

그는 "통지서를 받고 나서 마음이 착잡해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는데 그 놈(소)들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벽부터 밥을 달라고 울었다"며 한숨을 지었고, 그의 아내 김영애(61)씨는 이 대목에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박씨는 2000년의 구제역 여파가 가라앉던 2002년에 마리당 300만원의 입식지원금을 받고 한우 사육을 재개했다.

복숭아와 사과, 벼농사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사료 값이 만만치 않고 축사도 다시 짓느라 빚이 불어났지만, 소를 늘리는 재미에 힘든 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새끼를 치고 빚을 갚아 나가야 할 시기에 난데없는 구제역이 또 터져 억장이 무너진 것이다.

적절할 보상 등의 조치를 요구한 박씨는 "우리 소는 아무 증상이 없고 건강한데 땅에 묻어야 하나? 앞으로 소를 키워야 하는 지 자신이 없다"며 "돼지의 전파력이 크다고 무조건 3km를 자르는 것은 문제"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구제역 발생 소식에 고향을 찾았다는 박씨의 아들(32)은 "10년 전에도 같은 상황을 겪었는데 부모님의 건강이 걱정돼 급하게 내려왔다"며 "방역당국이 모든 조치를 철저히 해 안타까운 사연이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의 한우들은 이날 안락사 처리돼 마을 한 귀퉁이에 묻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