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에서 ‘조광래 유치원’의 돌풍이 거세다. 도민 구단인 경남 FC에는 ‘조광래 유치원’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이 따라 다닌다. 누구나 알 만한 스타급 선수가 없고 고만고만한 무명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조광래 감독(사진)이 4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으며 자칫 상승세가 흔들릴 수 있었던 경남은 25일 선두를 달리던 전통의 명문 구단 FC 서울을 1-0으로 꺾고 6승2무1패(승점 20)를 기록, 2006년 창단 이후 처음 1위로 점프하며 팀별로 8∼9경기를 치른 프로축구 초반 판세를 주도하고 있다. 경남이 리그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는 아무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 문턱에서 아깝게 주저앉은 경남은 다른 도민구단과 마찬가지로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다.
경남이 1위로 올라선 원동력은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리는 조광래(56) 감독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부터 팀을 지휘한 조 감독은 하위에서 맴돌던 경남을 몰라보게 확 바꿔놨다. 스타가 없는 팀이 살아남기 위해선 조직력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국가대표 한명 없는 경남의 힘은 강력한 수비와 미드필드에서 나온다. 경기당 실점은 0.77로 15개 팀 가운데 가장 낮다. 지난 11일 경남에 2-1로 패한 강원 FC의 최순호 감독 또한 “공격 길목이 막힐 정도였다. 모든 팀들이 경남에 고전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조 감독은 두시즌 동안 19골 15어시스트를 기록한 인디오를 과감하게 전남 드래곤즈에 내주고 루시오(26·브라질)를 영입했다. 기술보다는 파워를 앞세워 저돌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는 ‘한국형 특급용병’ 루시오는 9경기에서 9골을 터뜨리며 득점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조 감독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지난시즌 12골 8어시스트를 기록한 주포 김동찬은 올시즌 무득점에 그치고 있지만 김태욱(2골), 서상민(1골 1어시스트) 등이 경기마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신인 윤빛가람(20)도 올시즌 2어시스트를 올리며 경남 돌풍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경남의 돌풍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심거리다. 선수층이 얇은 게 경남의 최대 취약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주전급 1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인급이다. 이들은 후반기쯤 되어야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경남의 불안요소를 전했다.
박병헌 선임기자
경남을 누가 ‘조광래 유치원’이라 했나
기사입력 2010-04-26 21:38:17
기사수정 2010-04-26 21:38:17
기사수정 2010-04-26 21:38:17
강호 서울 누르고 창단 첫 1위 등 거센 돌풍
스타 한명없이 키운 톱니바퀴 조직력 주효
스타 한명없이 키운 톱니바퀴 조직력 주효
Copyrights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