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 여권위조, 불법출국, 줄행랑 그리고 내연관계….
현직 자치단체장의 소행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민종기 충남 당진군수의 도피극이 닷새 만에 막을 내림에 따라 그의 코미디 같은 행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29일 전날 검거돼 압송된 민 군수를 상대로 여권위조와 도피과정을 집중 추궁했다. 불법출국을 도운 수행비서 이모(31)씨와 위조여권의 주인인 건설업자 손모(56)씨도 불러 경위를 파악 중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민 군수가 소지했던 여권은 이씨의 지인인 손씨의 여권에 교묘하게 사진을 갈아 끼워 위조한 것”이라며“다만 여권위조와 도주 과정에 일부 정황이 맞지 않아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 민 군수는 지난 24일 인천공항에서 출국에 실패하자 주로 수도권에서 혼자 은신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거 당일에도 경기 시흥 제3경인고속도로 정왕나들목 부근에서 승용차에 탄 채 지인을 만나려다 첩보를 입수한 검찰 수사관들에게 덜미가 잡혔다.
민 군수는 출국 당시 내연관계로 알려진 오모(45)씨와 함께 있었던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따로 떨어져 수속을 밟던 오씨는 출국심사대를 통과해 혼자 중국 칭다오행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에 따라 민 군수가 감사원 감사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미리 중국에 은신처를 마련해놓고 도피를 준비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뇌물로 조성한 1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오씨와 동행한 것도 그렇지만 중국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일주일가량 소요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오씨가 민 군수의 수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신병 확보를 검토 중이다.
간호원 출신인 오씨는 당진군 산하 보건지소장을 지내던 3∼4년 전부터 민 군수와 내연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진군의 한 직원은 “오씨가 민 군수와의 소문으로 남편과 이혼한 것으로 안다”면서 “오씨가 민 군수가 마련해준 아파트에 살며 돈을 물 쓰듯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당진지역에서는 민 군수가 오씨와의 이중생활을 위해 감사원이 적발한 관급공사 이외에도 당진군이 허가권을 갖는 대형 공사장을 특정 업체에서 하청받게 해주고 뇌물을 챙겼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한편 검찰은 민 군수에 대해 긴급체포 시한이 만료되는 30일 공무서 위조 및 동행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감사원이 의뢰한 비리 내용을 본격적으로 파헤칠 방침이다.
당진=임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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