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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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공작소] 친구의 애인이 좋아보이는 이유

친구에게 자주 듣다보니 호감
금지된 사랑에서 오는 애틋함
‘그 어느 날 너와 내가 심하게 다툰 그날 이후로 너와 내 친구는 연락도 없고 날 피하는 것 같아.’ 친한 친구에게 애인을 빼앗긴 아픔을 이야기하는 김건모의 노래 ‘잘못된 만남’의 한 구절이다. 이 외에도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이승철), ‘하늘만 허락한 사랑’(엄정화), ‘흔들린 우정’(홍경민) 등 친구의 애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노래들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으며 꾸준히 불리고 있다.

물론 현실에서 친구의 애인을 빼앗는 것은 연애의 불문율 중 하나이다. 오죽하면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소이정(김범)이 친한 친구인 윤지후(김형중)와 금잔디(구혜선)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난 네가 내 여동생을 만나서 3일 만에 차버렸어도 용서했을 거다. 그러나 친구의 여자를 뺏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어’라는 말을 했을까? 그럼에도 실제로 연애상담을 하다 보면 친구의 애인을 좋아하게 되었다며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만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던 중 종민씨가 군대를 가게 되었고, 대현씨는 수미씨를 다른 남자들로부터 지켜준다는
이명길 듀오 대표연애강사
20살 대현씨와 종민씨는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베스트프렌드’다. 종민씨에게는 1년 정도 만나온 여자친구 수미씨가 있는데, 대현씨가 아직 여자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세 사람은 자주 함께 명목 아래 수미씨와 따로 만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안 보면 멀어지고, 자주 보면 정든다는 말이 있듯, 어느 날부터인가 대현씨는 수미씨에게 친구의 여자친구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의 애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될까?

기본적으로 친구의 애인에게 마음을 빼앗기기 쉬운 첫 번째 이유는 ‘제3자 효과’ 때문이다. 그동안 대현씨는 친구인 종민씨에게 ‘야! 우리 수미는 어쩜 그렇게 착하냐’, ‘우리 수미가 얼마나 애교도 많고 예쁜데’, ‘요즘 세상에 우리 수미 같은 애 없어’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TV광고도 자주 보면 그 제품에 대한 호감이 증가하듯 자꾸 수미씨에 대한 광고를 듣다 보니 호감도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 요즘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 보면 극중 김인혜(왕지혜)가 절친인 박개인(손예진)의 남자친구 한창렬(김지석)을 빼앗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박개인의 남자친구 자랑이었다. 후에 김인혜는 그렇게 빼앗은 한창렬을 차버리면서 이렇게 말을 한다. “내가 너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내 친구의 남자친구를 사랑했던 것 같다”고.

두 번째 이유는 ‘금지된 사랑에서 오는 애틋함’이다. 이 감정은 단순한 만남을 ‘절절한 로맨스’로 만들어 버린다. 세 번째 이유는 친구로부터 간접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파악이 빠르고, 상대가 내 친구에게 가지고 있던 불만을 커버해 주기 용이하다는 데 있다. 자신이 가진 불만을 이해하고 그것을 충족시켜 줄 수 있기 때문에 상대 역시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무슨 ‘금기’가 있겠느냐만 그렇게 빼앗은 사람은 또 그렇게 빼앗길 수 있다는 것 역시 기억하기를 바란다.

듀오 대표연애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