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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 지식인의 ‘한일병합조약 무효’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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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대표 지식인 214명이 어제 서울과 도쿄에서 1910년 체결된 한일병합조약이 무효라는 선언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두 나라 지식인은 “한국 병합은 대한제국의 황제로부터 민중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의 격렬한 항의를 군대의 힘으로 짓누르고 실현한 제국주의 행위이며 불의부정(不義不正)한 행위”라고 선언했다. “조약의 전문도 거짓이고 본문도 거짓”이라는 내용도 담았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나온 이 선언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 역사를 바로 보고자 하는 일본 지식인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그러나 광복 65년이 지난 지금 지식인들이 100년 전 맺어진 조약이 무효라고 선언해야 하는 현실은 가까워지기 힘든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누구 책임인가. 침략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정당화하는 일본의 책임이다.

일본 지도자들은 ‘겉치레 반성’만 해왔다. 현 민주당 정권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식민지화는 역사적 필연이었다”는 에다노 유키오 행정쇄신상의 3월 말 망언이 대표적인 예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4월 망언도 궤를 같이한다. 심지어 한·일 역사 공동연구에 참여한 일본 역사학자들조차 “한일병합조약은 국제법상 합법적이었다”고 강변했다. 이런 인식의 틀 아래 일본에서는 침략 역사를 정당화하는 역사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한일병합조약이 합법’이라는 주장은 ‘태평양전쟁에 져 한국을 지배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나 다름 없다.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이자 재침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일 지식인의 이번 선언은 이런 몰염치한 인식을 깨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나라 지식인은 이번 성명을 계기로 양국 정부의 공동성명이나 일본 총리의 담화 발표를 촉구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본의 지도자와 지식인은 침략 역사를 가슴 깊이 반성하고 진정한 이웃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