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두번 버림받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지난해 국내 파양 866건… 우울한 ‘입양의 날’
법적 허가 규정 미비… 파양 남용 소지 많아
복지사 등 ‘절차보조인’ 선임제 도입 급선무
11일 제5회 ‘입양의 날’을 맞는 가운데 지난해 국내 가정에 800여명이 입양됐다가 파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입양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날을 우울하게 하는 통계다.

10일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양부모한테서 파양된 사례는 866건(협의상 파양 793건, 재판상 파양 70건, 친양자 파양 3건)이었다. 하루 평균 2건 이상의 파양이 이뤄진 셈이다.

2007년과 2008년에도 각각 897건, 902건의 파양이 이뤄져 매년 800명이 넘는 이들이 친부모에 이어 양부모에게서 다시 ‘버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자라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걸 꺼리는 부모가 친자로 출생신고한 뒤 친생자부존재 청구소송으로 자녀관계를 파기하는 사례가 흔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파양 건수는 사법연감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허남순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내 입양 부모가 대부분 입양신고 자체를 하지 않고 친자식인 것처럼 출생신고하기 때문에 친생자부존재 청구소송으로 파양되더라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입양과 파양이 철저히 개인 영역으로 여겨지면서 국가기관이나 법원이 개입하지 않는 점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외국에서는 입양과 파양 과정에 법적 절차가 필요한 반면 국내에서는 개인 간 합의만으로 성립되는 탓에 양자의 신분이동이 지나치게 쉽게 이뤄진다는 얘기다.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상 신고만 하면 입양이 가능하므로 가장 중요한 입양 동기나 양부모 양육 능력, 전과기록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파양도 재판에 의한 것보다 개인 간 합의에 의한 것이 90% 이상이라 입양과 파양이 남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정자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장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도 입양 시에는 국가나 가정법원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유보조항으로 정하고 따르지 않고 있다”며 “입양 시부터 법원이 부모 자질을 보고 허가하고 파양 시에는 법원이 판단하면 정당한 사유 없는 파양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파양이 속출하는데도 파양 과정에서 입은 심리적 상처를 치유할 상담지원 등 파양 이후 관리체계가 전무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양 원장은 “반복적으로 가정 울타리에서 버려지는 경우 상처는 배가될 수 있다”며 “입양과 파양을 거치는 과정에서 겪는 상처를 개인 몫으로 남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파양할 수밖에 없는 경우 파양을 허용하되 파양 이후 보호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없다”며 “외국에는 파양 재판 과정에서 아동 입장을 대변할 복지사나 변호사 등 ‘절차보조인’을 선임하는 제도가 있는데, 우리도 이런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