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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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만들었나

주문을 깨다/대니얼 데닛 지음/김한영 옮김/동녘사이언스/2만2000원

대니얼 데닛 지음/김한영 옮김/동녘사이언스/2만2000원
“예수께서 그를 보시고 사랑하사 가라사대 네게 오히려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가서 네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을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좇으리 하시니.”(마가복음 10장 21절)

성경 곳곳을 보면 선행을 하면 그에 대한 보상이 따를 것이란 구절을 수없이 발견하게 된다. 이런 선행·보상 구조는 불교, 이슬람교, 가톨릭교, 유대교 등 전세계 수없이 많은 종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들이라 할 수 있다.

만일 선행을 하는데도 신의 보상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살인 등 악행을 할 경우 가해자가 운좋게 실정법의 처벌을 피해 멀쩡히 잘 살아간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질 것이다.

물론 죄책감이 평생 따라다니며 가해자에 커다란 고통을 줄 것이라는 위안의 말이 어딘가에서 들려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너무 부당한 것이 아닌가. 악행에 대한 응징은 이 세상이 아닌 저 세상에서라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인간에게는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신의 이름으로, 종교의 이름으로 말이다.

미국 터프츠대학 교수로 있는 철학자인 지은이는 ‘주문을 깨다’에서 ‘종교가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만드는가’ 등 종교와 관련한 무수한 의문을 쏟아낸다. 그러면서 그는 종교의 기원과 진화 과정 등을 밝히고 종교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규정하고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됐는지를 다양한 진화이론을 통해 규명해 나간다.

주문이나 주술에서 깨어나야 하는 것처럼 종교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화론자의 종교 비판으로 보이지만, 지은이는 종교를 신성불가침한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닌 과학적으로 연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종교를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닌 자연적 현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에서 선험적 절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종교의 허구성에 대한 다양한 고발성 질문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답변이 난해하고 명쾌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