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흡연 해악에 대한 우려가 날로 증가하고 있으나 이른바 ‘금연법’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제23회 ‘세계 금연의 날’인 3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계류 법률안 중 금연법은 모두 16건에 이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중 제안이유 등에서 금연과 관련된 내용이 담긴 것만 추려낸 결과다. 계류는 국회의원이나 정부에서 발의한 법률안 개정안이 아직 본회의 가결이나 부결 등 처리 과정을 거치지 못해 법률의 효력을 얻지도, 폐기되지도 않은 상태를 뜻한다.
최장 계류 안건은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등 10명이 2008년 7월28일에 제출해 담뱃갑 포장지에 흡연으로 인한 위험을 담은 경고 그림 등을 넣도록 한 개정안이다. 2008년 5월30일 공식임기를 시작한 18대 국회에서 두 달도 안 돼 ‘초고속’으로 발의됐지만 18대 국회 전반기가 마무리된 현재까지 처리되지 못했다.
반면, 이 기간 동안 처리된 개정안은 단 1건뿐이었다. 지난해 2월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 등이 발의해 지난달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 위반자에게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다.
이때 비슷한 내용 등으로 대안 폐기된 3건의 개정안까지 더하면 18대 국회 전반기에 총 20건의 금연법이 발의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법률 정비 등 본연의 임무보다 정치적 논쟁 등에 휘말리다 보니 법안이 제때 처리되지 않는 일이 많다고 지적한다. 18대 국회는 2008년 6월5일 개원 예정이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정쟁으로 7월10일에야 첫 본회의를 열고 의장단을 선출했다.
국회는 이후에도 용산참사, 미디어법 파동 등으로 점거 농성, 장외 투쟁 등 극한 대립을 이어갔다.
국회의원들의 ‘실적 쌓기’식 법안 양산도 문제로 꼽힌다. 발의만 해 놓고 처리에 크게 성의를 보이지 않는 의원이 많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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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흡연 경고’ 거리 캠페인 3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주최로 열린 ‘세계 금연의 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여성 흡연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거리 캠페인을 하고 있다. 송원영 기자 |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최진숙 사무총장은 “국회의원이 앞다퉈 금연 관련법을 발의했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연초를 재배하는 지역구민, 흡연자, 담배회사 등의 눈치를 본다는 얘기마저 나오는 상황인 만큼 의원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날로 심각해지는 여성과 청소년 흡연을 줄일 수 있는 담배 가격 인상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 ■국회 계류중인 금연법 주요 내용 | |
| 내용 | 대표발의 |
| ▲학원 전체 금연구역 지정 | 최재성 의원 |
| ▲학교 교사(校舍)와 운동장 등 모든 구역 금연구역 지정 | 오제세 의원 |
| ▲학교에서 200m 어린이·청소년 금연보호구역 지정 | 박대해 의원 |
| ▲연초 외 식품이나 향기나는 물질 포함하는 경우 광고 금지 | 최영희 의원 |
| ▲담뱃갑에 “타르 흡입량 흡연습관에 따라 다르다”는 문구 표시 | 송영길 의원 |
| ▲담배광고 가능횟수 연간 60회에서 10회로 축소 | 장제원 의원 |
| ▲담뱃갑에 경고그림 표기 | 이명수 의원 |
| 자료:국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