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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조폭… ‘기업사냥꾼’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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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업체 인수해 회사돈 횡령 잇단 적발
검찰 “경제계 침투 폭력조직 수사 대폭 강화”
이제 조직폭력배라고 하면 짧게 자른 ‘깍두기’ 머리, 으슥한 뒷골목의 패싸움, 유흥주점에서 벌어지는 질펀한 술자리만 떠올려선 안 될 것 같다. 코스닥 등록업체를 인수한 뒤 회사 돈을 횡령한 ‘기업 사냥꾼’ 조폭이 잇따라 적발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폭의 경제계 ‘침투’를 막기 위한 수사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폭력조직 범서방파 중간간부 A(38)씨 일당은 사채업자와 제2금융권한테서 빌린 자금으로 코스닥에 등록된 의류 제조업체 A사를 인수했다. 무일푼인 A씨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가장 먼저 한 건 회사 돈 43억여원을 빼돌려 주가조작을 시도한 일이었다.

A씨는 주가조작 과정에서 사채업자한테 담보로 제공한 인수기업의 주식을 되팔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등 조폭다운 면모를 보였다. 회사 운영자금 명목으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회사 예금계좌가 가압류되자 폭력을 써 강제로 취소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웬만한 기업인 뺨치는 ‘노하우’도 동원했다. A사가 자기자본 잠식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되자 코스닥 등록 유지를 위해 22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대금을 사채로 납입했다가 다시 돈을 인출해 빚을 갚는 ‘가장납입’ 수법을 쓴 게 대표적이다.

광주 콜박스파 행동대원 B(43)씨의 경우 공인회계사 C(48)씨와 결탁해 무자본으로 코스닥 기업을 인수한 뒤 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렸다. 이들은 인수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차입매수(LBO)’라는 독특한 수법을 썼다.

C씨는 회계사로서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해 인수할 회사의 자산가치를 6배가량 터무니없이 부풀리기도 했다. 뒤늦게 속은 것을 안 상대방 기업이 C씨한테 불만을 터뜨리면 B씨가 나서 ‘주먹’으로 해결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인수한 기업들 자금 약 100억원을 빼돌려 나눠 썼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영진 부장검사)는 수개월에 걸친 기획수사 끝에 A, B, C씨 등 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3명은 불구속기소, 1명은 지명수배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폭들이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사채업에 손을 대더니 이제는 기업 인수합병(M&A)에까지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며 “경제계에 침투한 폭력조직 수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