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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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관절건강 지키기] <5.끝> 연골 재생술

스포츠 활동중 무릎부상 관절염 발병률 7배나
격렬한 운동 살빼기는 커녕 관절 상하게 만들어
2010 남아공월드컵 열풍으로 그동안 뜸했던 조기 축구회에 다시 열성적으로 나가게 된 이모(49)씨는 얼마 전부터 무릎이 시큰거리며 아프기 시작했으나 그동안 운동을 게을리해 온 탓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통증이 심해지고 최근에는 계단을 내려가다 무릎에서 ‘덜커덕’ 하는 소리와 함께 힘이 빠지면서 넘어질 뻔한 위기의 순간도 경험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그는 ‘반월상 연골판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동안 체중 관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운동을 재개했기 때문이라는 게 의사의 설명이다.

◇힘찬병원 의료진이 무릎관절 질환자에게 연골 이식술을 시행하고 있다.
# 운동 중 외상과 비만이 무릎관절 질환 부추겨

최근 운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30∼40대의 젊은 남성들도 관절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강남힘찬병원 조기현 과장은 남성관절질환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스포츠 외상과 비만이 남성관절질환의 주요 원인”이라며 “남성들은 축구·농구·마라톤 등 격렬한 스포츠를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 스포츠 활동 중 무릎 부상이 생기는 경우 외상성 관절염 발병 확률이 7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비만 남성도 무릎 관절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무릎은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체중의 두 배나 되는 하중을 받으며, 체중이 1kg만 더 나가도 무릎에는 그 증가분의 두세 배 하중이 실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만인 사람이 운동 부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으로 운동량을 조절하며 살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 과도한 운동 욕심은 살을 빼기는커녕 오히려 무릎 관절을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연골판 노화되면 작은 충격에도 쉽게 손상돼

이씨가 다친 반월상 연골판은 무릎의 쿠션 역할을 하면서 무릎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한다. 허벅지 뼈인 대퇴골과 정강이 뼈인 경골 사이의 초승달 모양으로 무릎 안쪽과 바깥쪽에 각각 하나씩 있으면서 대부분 섬유질로 구성돼 있다. 나이가 들면 이 연골기질 내의 수분 함량이 줄어들어 외부 충격에 약해지고 쉽게 영향을 받게 된다. 연골판도 노화하는 것이다. 연골판의 노화가 시작된 상태에서 자칫 과격한 운동을 하게 되면 부상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

실제 힘찬병원이 지난 한 해 동안 관절질환으로 수술받은 40∼50대 중년 남성 506명을 조사한 결과 무릎 부상을 경험한 309명 중 반월상 연골판 손상이 58%(178명)로 가장 많았다. 퇴행성 관절염은 17%(54명), 십자인대손상 16%(48명)로 뒤를 이었다.

# 연골 이식술이나 재생술로 퇴행성 관절염 예방

연골판이 손상되면 봉합술이나 이식술로 치료할 수 있다.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관절내시경으로 간단히 봉합수술을 한다. 만약 50% 이상 손상됐다면 망가진 연골을 타인의 정상 연골로 교체하는 이식술이 추천된다. 연골까지 손상이 되었다면 연골을 살리고 보존하는 ‘연골재생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손상된 연골을 재생시켜 더 이상의 관절염 진행을 막는 방법이다.

연골의 손상 범위에 따라 손상 부위가 2∼3cm 이하인 경우는 건강한 무릎 연골 일부를 떼어내 손상된 부위에 이식하는 ‘자가연골 이식술’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연골결손 부위가 4cm 이상으로 넓은 경우는 ‘자가연골 세포배양 이식술’이 효과적이다. 더 많은 연골세포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정상 연골조직을 소량 떼어내 체외에서 배양시킨 뒤 이식하는 것이다. 정상연골을 200∼300mg 정도 채취한 뒤, 한 달 정도 배양해서 1200∼1500만 개의 연골세포로 증식시킨 후 손상된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 연골세포는 손상된 연골 부위에 새로운 연골조직을 재생시켜 이식 후 6∼12주가 지나면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강남힘찬병원 안농겸 과장은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젊은 남성들의 무릎질환이 증가하고 있지만 관절질환을 가볍게 치부하는 경향이 많다”며 “관절질환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 속도가 빨라지므로 작은 증상이라도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