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시작이다. 한국 축구가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기 위해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 남아공의 기쁨을 뒤로하고 4년 후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이 아닌 4강의 역사를 쓰기 위해서다. 우루과이전에서 경기를 압도하고도 골 결정력 부재를 드러내면서 20년 전의 패배를 설욕할 기회를 놓친 것처럼, 준비해야 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영원한 숙제’인 골잡이 부재부터 해결해야 한다. 축구화 끈을 다시 조여 매야 하는 이유다. 한국축구는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발판 삼아 브라질 월드컵을 포함한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가기 위해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한국 축구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유쾌한 도전에 성공하면서 감동의 드라마를 썼다. 비록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 벽에 막혀 8강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내며 한국 축구사를 다시 썼다. 월드컵 무대에 얼굴을 내민 지 56년 만에 세계 축구 변방에서 중심으로 우뚝 선 것이다. 특히 허정무 감독은 토종 사령탑으로선 처음으로 원정 대회에서 첫 승리까지 따내면서 한국 축구사를 새롭게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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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27일 우루과이와의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을 마치고 응원단에 인사한 뒤 허탈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포트엘리자베스=연합뉴스 |
당시 한국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조련을 통해 조별리그에서 폴란드(1차전)와 포르투갈(3차전)을 꺾고 2승1무로 16강에 진출하면서 기적의 서막을 알렸다.
하지만 태극전사의 저력은 16강 진출로 만족할 수 없었다.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연장 혈투 끝에 안정환의 천금 같은 헤딩 골든골로 8강에 오르면서 세계 축구팬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한국은 8강에서도 이운재의 불꽃 선방을 앞세워 스페인을 승부차기 승리로 돌려세우고 준결승에 진출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비록 ‘전차군단’ 독일과의 4강전에서 패하고 나서 터키와의 3-4위전에서 무릎을 꿇으면서 4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2002년 4강 기적이 잠시 팬들의 기억에서 떠날 무렵 한국 축구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통해 또 한 번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토고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면서 한국 축구는 사상 첫 원정 대회 승리를 쟁취했다.
또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아트사커’ 프랑스와의 2차전에서 박지성의 동점골로 무승부를 거두면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서는 듯했다. 지네딘 지단이 이끈 프랑스는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스위스와의 최종전에서 오프사이드 논란 속에 0-2로 완패해 ‘원정 16강’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다.
이후 4년이 흐른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선수들의 신구 조화를 통해 한국 축구사를 다시 써 내려갔다. 태극전사들은 조별리그 첫 상대인 발칸반도의 ‘복병’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하면서 ‘유럽 징크스’를 깼다. 유럽은 월드컵 때마다 한국의 발목을 잡혀온 터라 기쁨이 더욱 컸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에 1-4로 대패한 데 이어 최종전에서 나이지리아와 2-2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그토록 염원했던 사상 첫 원정 대회 16강 진출의 ‘대업’을 완수했다. 한국이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처음으로 출전한 지 56년 만에 일궈낸 ‘역사’ 였다. 한편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축구는 8강 길목에서 만난 우루과이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아시아 국가들이 나아가지 못했던 월드컵 4강과 원정 16강 진출의 역사를 써 내려가며 세계무대에서도 쉽게 지지 않는 축구 강국으로 인정받게 됐다. 한국 축구가 이같이 변방에서 강국으로 중심을 옮기게 된 것은 무엇보다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해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많아진 데다 과학적인 조련과 아낌없는 투자·지원 등이 바탕이 됐다.
문준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