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지주 신임 회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여러 잡음이 나오고 있는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수장을 맡게 된 비장함을 이 같은 말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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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왼쪽에서 여섯 번째)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취임식 후 사장단과 기념촬영후 박수를 치고 있다. 이종덕 기자 |
10개월 동안 선장 없이 망망대해를 떠돌던 ‘KB금융호’가 새 선장을 맞았지만 순항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우선 어윤대 체제가 외환(外患)을 해결하고 연착륙할지 주목된다. 회장 선임을 둘러싼 정치권 인사들의 잇따른 외압 의혹에 KB지주는 만신창이가 됐고, 임직원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실제 민간지분 100%인 국민은행을 두고 “국책은행인 줄 알았다”는 말에서 권력이 바라보는 KB지주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도 청와대 개입설을 주장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 때문에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가 퇴임하는 강정원 전임 국민은행장의 후임을 뽑는 과정이 어윤대 체제가 외풍에서 벗어나 안착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실 내우(內憂)는 더 크다. 한때 리딩 뱅크로 자부하던 국민은행의 위상은 이미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KB지주의 자산규모(1분기 기준·325조6000억원)는 우리금융지주(325조4000억원)보다 겨우 2000억원 앞서 간신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성도 떨어진다. 국민은행(2만6113명)은 신한은행(1만695명)보다 직원이 1만5000명이나 많지만 당기순이익(국민은행 5203억원·신한은행 5886억원)은 683억원 적다.
더구나 어 회장의 체질개선 작업은 노조의 반발도 예상된다. “당분간 사람을 강제로 줄이는 일은 없다”고 단서를 달아 노조의 예봉을 피하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어 회장이 자신의 급여를 삭감하겠다고 밝힌 것도 구조조정을 위한 명분 쌓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어윤대발 금융계 지각변동도 관심이다. 어 회장은 내정 직후 우리금융지주와의 인수합병(M&A)에 관심을 나타내며 메가뱅크론(자산 400조원 이상 대형은행 추진론)을 제기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어 회장은 일단 호흡을 조절하는 분위기다. 이날도 선(先) 체질개선, 후(後) 인수합병 추진을 강조하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메가뱅크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들어갔지만 언제든지 재부상할 수 있는 핵폭탄급 화두다.
김청중·황계식 기자 c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