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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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발건강, 출발은 '신발'

발 변형 70%는 좁고 굽 높은 구두 때문
신발 고를땐 길이·너비 모두 고려해야
상당수 여성이 자신의 발 너비보다 약 20% 작고 굽이 높은 신발을 신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불편함이나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족부 전문의들은 “굽 높고 작은 신발을 오래 신다 보면 피로감이나 통증을 넘어 무지외반증 등 심각한 발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발을 고를 땐 발 길이뿐 아니라 너비도 고려해 발 크기보다 5∼10㎜ 이상 크고 앞 부분이 잘 구부러지는 유연성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멋을 지나치게 추구하다 보면 발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족부클리닉 전문의가 한 여성의 발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예쁘게 보이기 위해 굽 높고 작은 신발을 오래 신다 보면 발이 앞으로 쏠려 무지외반증 등 발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신발 고를 때 발 너비 간과하는 경우 많아=
관절전문 힘찬병원이 최근 20대 이상 성인 297명(남 89명, 여 208명)을 대상으로 족압스캐너로 발의 길이와 너비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평균 신발사이즈는 246㎜, 발의 길이(Foot Length)는 왼쪽 236.1㎜, 오른쪽 237.1㎜로 오른쪽이 평균 1㎜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발 너비(foot breadth)는 왼쪽 99.2㎜, 오른쪽 102.8㎜로 오른쪽이 평균 3.6㎜ 넓었다. 평균 발 너비는 성인남녀 전체는 101㎜, 남성은 104.8㎜, 여성은 97.1㎜였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대상자 대부분이 신발 구매 기준을 발의 길이로 할 뿐, 발 너비에 대한 부분은 간과한다는 점이다. 병원 측이 국내 신발업체 여성화 (225∼240㎜) 183켤레의 구두 및 샌들 너비를 조사해 보니, 평균 너비는 79.04㎜로 나타나 여성의 평균 발 너비인 97.1㎜에 비해 약 23% 정도 좁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 구두의 평균 너비는 제조사마다, 신발의 디자인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70∼85㎜다. 요즘 유행하는 가보시힐(구두 앞 부분의 밑창에 2㎝정도의 굽을 덧댄 신발)은 60∼70㎜까지 폭이 좁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 질환은 굽의 높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병원 측이 성인여성 2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소 신는 구두나 샌들의 굽 높이가 7㎝ 이상이라고 답한 경우가 48.3%에 달했다. 여성 2명 중 1명은 평소 높은 굽의 신발을 신고 다니는 셈이다.

◆폭 좁고 뒷굽 높은 신발이 각종 발 질환 초래=이번 조사 대상자의 34.7%는 높은 굽으로 발이 피로하다고 응답했으며, 22.1%는 발에 통증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너비가 좁은 신발이나 높은 굽의 신발을 착용하게 되면 체중이 발바닥에 고루 분산되지 못하고 발가락과 무릎 안쪽 연골에 집중돼 무지외반증 등 발 질환과 연골연화증 등 무릎질환도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 발질환인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는 발 변형 질환이다. 유전적인 원인도 있지만 70%는 잘못된 신발 착용이 원인이다. 오랜 시간 앞이 좁고 굽이 높거나 발가락을 꽉 죄는 구두를 신을 경우, 발끝이 조여지면서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발가락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발병하기 쉽다. 외관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발가락 관절이 붓고 발가락 뼈를 둘러싸고 있는 관절 막에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이 유발된다.

무지외반증은 특히 여름철에 발병률이 높다. 여름철 즐겨 신는 샌들이나 슬리퍼는 뒤꿈치를 감싸주지 못하는 형태로 제작된 경우가 많아, 발 전체가 고정되지 못해 보행 패턴이 불안정해지고 발의 충격 흡수도 떨어지는 것이 원인이다. 무지외반증은 초기라면, 보조기나 특수신발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엄지발가락이 휘어진 각도가 크거나 통증이 심한 데다 다른 발가락까지 변형이 시작됐다면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힘찬병원 족부클리닉 서우영 과장은 “발은 모양이나 길이 둘레 너비 등 양쪽 모두 균일하지 않은데 많은 사람이 발의 길이만 확인하고 신발을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각종 발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발 건강을 위한 신발 고르는 방법으로 “사람의 발은 일반적으로 아침에 가장 작고 저녁 때가 되면 5∼10㎜ 정도 커지기 때문에 신발은 저녁 무렵 구입해야 하고, 앉아서 신발을 신을 때와 서서 신을 때는 가해지는 중력이 다르기 때문에 꼭 선 채 신발을 신어보고 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