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두 나라 지식인 1118명이 그제 100년 전 맺어진 한국 강제병합조약이 원천무효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 서명한 일본 지식인은 531명에 이른다. 두 달 보름 전 1차 발표할 때보다 5배가량 많다. 이들 지식인의 선언은 ‘일제의 한국 침략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은 일본의 국가전략상과 민주당 국제국장을 만나 ‘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8월29일 간 나오토 총리가 직접 식민지지배 사과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양식 있는 일본 지식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일본은 두 나라 지식인의 선언이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광복된 지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지났건만 한국인 가슴속에 일본에 대한 원망과 앙금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의 입발림 사과 탓이다. ‘한국 강제병합조약이 무효’라고 말하지 않는 사과는 진정성이 결여된 말잔치일 뿐이다. 그로부터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미화하는 논리가 만들어지고, 일본 교과서의 역사 왜곡이 이루어진다. 터무니없는 독도 영유권 주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면에는 침략의 역사를 당연시하며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일본 극우 정치세력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정부의 식민지지배 사과 담화에는 한일 병합조약의 원천무효 선언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무효 선언이야말로 한·일 선린우호관계 구축의 토대다. 이를 기반으로 반목과 증오를 자라나는 세대에 대물림하는 왜곡된 일본 역사교과서를 바로잡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도 철폐해야 한다. 일본으로 불법 반출된 6만1000여점의 한국문화재도 반환돼야 한다.
일본 정부·여당은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담은 방위백서 발표 시점을 9월로 연기했다고 한다. 억지 주장의 철폐는 논의하지 않고, 발표 시점만 연기했다는 것은 식민지지배 사과 담화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한다. 일본은 두 나라 지식인의 뜻을 받아들여 ‘진정한 사죄’를 할 때 비로소 한·일 공동 번영의 길을 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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