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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긴급 연기된 `中企 긴급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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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계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중앙회)가 30일 열기로 한 긴급 기자회견이 `긴급히' 연기됐다.

29일 오후 4시, 중앙회는 대ㆍ중소기업의 상생협력과 공정거래 정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중소기업 담당 기자들에게 통보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8시30분께 `오늘 예정된 기자회견이 연기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짧은 공지성 이메일이 다시 기자들에게 전달됐다.

회견이 연기된 배경에 대한 언급은 이메일에 담겨 있지 않았다.

이 기자회견은 중소기업계의 각 업종별 단체 대표들과 중앙회 부회장 등 10여명이 대ㆍ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관행 등에 대한 개선을 호소하고 정부의 대책 마련과 대기업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취지로 준비됐다.

최근 정부가 대기업의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관행을 연일 지적하고 공정거래 관련 이슈로 온나라가 떠들썩했던 만큼 중소기업들의 입장에선 중앙회가 열기로 한 기자회견이 시의적절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까지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며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인데도 기자회견이 부랴부랴 취소된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회는 정부의 압박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대기업들을 이제 와서 자극해 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 아래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하도급 문제는 `상생'이 해법일 수 밖에 없으므로 상생의 파트너인 대기업에 대해 성토하기보다 협력 모드로 가야 한다는 자중론(自重論)도 회견을 연기한 배경이 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당장 납품단가 협상을 앞두고 실리를 꾀해야 하는 특정 중소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계를 대변하는 대표 단체가 제 목소리를 낼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상생협력을 공언하는데도 해묵은 하도급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거래 관행이 숨어서 작동한다는 점에 기인한다.

누구보다 이런 점을 뼈저리게 느끼는 중소기업들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공론화시켜야 할 책무는 업계의 대표 단체에 있다.

정부가 다음 달 대책을 발표하기 앞서 중소기업계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관련 시책이 가다듬어지는 데 도움이 되고 설득력도 갖출 수 있다.

시기적으로 무르익었던 기자회견을 철회한 것은 중소기업이 언제나 대기업 앞에서 을(乙)의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시사하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 든다.

중소기업계가 적극적인 문제 제기보다 대기업과의 갈등 최소화를 우선시할 수 밖에 없는 사정에 대해 정부가 한 번 더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