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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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국제회의는 참가자 모두가 주인”

고등학생 모의유엔회의 수석의장 청심국제고 김경의양
“모든 과정 투명하게… 운영방식 대폭 개선”
“전국에 많은 모의 국제회의 행사가 있는데 투명하게 진행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운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습니다.”

3일부터 5일까지 한양대에서 열리는 ‘제1차 고등학생 모의유엔회의(GLIS MUN 2010)’에서 수석의장을 맡은 김경의(17·청심국제고2)양은 4일 “공금 관리와 프로그램 진행에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제멋대로 전횡을 일삼는 행사 운영진을 숱하게 목격했다”며 “이 같은 문제인식에 공감을 나타낸 한 청소년 단체와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3∼5일 한양대에서 열리는 ‘제1차 고등학생 모의유엔회의(GLIS MUN 2010)’에서 수석의장을 맡은 청심국제고 2학년 김경의(17)양이 4일 9개 분과위 중 하나인 ‘역사시뮬레이션위원회’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종덕 기자
김양은 지난해 한해에만 모의 국제회의 행사에 14차례 참석했다. 그러나 일부 운영진이 참가비로 술을 마시고 노는 모습을 보고서는 더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한다. ‘외교 꿈나무’를 키운다는 취지와 달리 외국어 일변도로 진행되고 과도한 참가비를 받는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런 김양이 이번 행사 준비과정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건 취지와 운영방식이 기존과 달라서다. GLIS사무국은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하는 위원회를 절반씩 배치하는 구성을 택했다. 전국의 외국어고, 국제고, 외국인학교는 물론 일반고 학생 등 총 330명이 참여했다. 숙식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30만∼40만원을 받던 기존 행사와 달리 이번 행사 참가비는 시내 유명호텔에 숙식하는데도 23만원에 그쳤다. 대회 취지에 공감한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과학교육연구원, 코오롱그룹 등이 후원자로 나선 덕이다.

김양은 “행사 모토가 ‘모두가 주인이 되는 MUN(모의유엔회의)’”이라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김양이 수석의장을 겸하고 있는 ‘역사시뮬레이션위원회’는 ‘유엔의 성립시대: 유엔 창설을 위한 요건’이란 주제로 이틀째 토론을 벌였다. 2차대전이 끝난 1945년으로 되돌아가 관련 당사국 대표 입장에서 국제기구의 창설을 새롭게 시도해보자는 취지의 토론회다.

3일간 9개 분과회의가 열리는데, 각 분과위는 결의안 초안을 만들어 모의총회에 넘겨 의결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행사 첫날엔 외교통상부 박용민 북핵협상과장이 찾아와 학생들을 격려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떠나 7년간 공부하고 귀국한 김양은 검정고시를 통해 16살에 청심국제고에 합격했다. “국제연예전문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김양은 “국내 연예인들의 해외진출이 늘고 있는데 불공정 계약 등 피해를 보지 않고 한류를 전파할 수 있도록 한몫을 담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