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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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뇌를 창조했는가 뇌가 신을 창조했는가

신은 뇌 속에 갇히지 않는다… 신에 대한 부정 반박
영성은 인간만의 특징… 영적체험 과학적 증명 시도
마리오 뷰리가드·데니스 오리어리 공저/김영희 옮김/21세기북스/2만5000원
신은 뇌 속에 갇히지 않는다/마리오 뷰리가드·데니스 오리어리 공저/김영희 옮김/21세기북스/2만5000원


‘신이 뇌를 창조했는가, 뇌가 신을 창조했는가.’

사도 바울과 성 프란체스코는 원래 기독교적 삶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바울은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에서 초기 기독교회를 박해했던 전력을 가진 인물이다. 심지어 돌을 던져 죄인을 죽이는 일에도 가담했던 그저 그런 인물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하늘에서 휘황찬란한 한 줄기 빛이 천둥번개와 함께 그를 향해 쏟아지자 바울은 말에서 떨어지고 혼미해졌다. 그때 신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사도행전 1:9) 이런 영적 체험으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어 기독교 공동체를 위해 전생을 바쳤으며 오늘날 신약성서의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성 프란체스코는 젊은 귀족으로 쾌락을 만끽한 인물이다. 인간의 쾌락에 관한 한 그보다 더 탐닉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주변에선 그를 잘생기고, 쾌활하고, 의협심 강하고, 제멋대로인 사람으로 묘사했다. 그러다 몸을 상한 나머지 병상에 눕게 되면서 환상을 보게 된다. 환상 가운데 십자가 표시를 한 일단의 병정들이 나타나면서 “이 사람들이 바로 너와 너의 군사들이다”라는 음성을 듣게 된다. 이후 프란체스코는 더 이상 쾌락을 탐하지 않고, 조용하고 검소한 삶을 살았으며 가난한 사람을 위해 생을 바쳐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성인이 되었다.

◇인간 뇌의 각 분야 역할을 신경학적으로 분류한 그림, 인간의 노력으로 뇌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유물론적 시각에서 신을 부정하는 진화심리학자들과 성서학자들의 오랜 논쟁의 테마는 뇌가 신을 만든 것이지, 신이 뇌를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울과 프란체스코의 영적 체험 역시 유물론자들은 인간 뇌의 물리·화학 작용에 의한 결과일 따름이라고 폄하하곤 했다.

신경생물학자가 쓴 ‘신은 뇌 속에 갇히지 않는다’는 이런 유물론자들의 신에 대한 부정을 반박하고, 영적 체험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시도한다.

저자인 캐나다 몬트리올대학의 마리오 뷰리가드 연구원 등은 다양한 영적 경험들은 뇌에서 일어나는 물리·화학적 반응에 의한 망상일 뿐이라는 유물론적 신경과학자들의 주장을 과학 실험을 통해 통렬히 반박한다. 저자는 가르멜회 수녀들에 대한 뇌 실험 결과를 제시한다. 기도와 명상 중에 영적 체험을 한 수녀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장치로 촬영한 결과 측두엽뿐만 아니라 하위 두정소엽, 시각피질, 미상핵 등 뇌의 많은 영역이 종교적 체험과 연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을 믿게 하는 ‘신의 영역’이 측두엽에 국한한다는 유물론적 신경과학자들의 주장과 배치된다. 유물론적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영성은 진화를 통해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인간만의 특징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영적 체험이나 신과의 교감 등 영성은 단지 뇌 훈련에 의한 결과이며, 결국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물론 학자들은 이에 대한 체계적인 근거는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가르멜회 수녀들에 대한 실험에서 뇌가 기능을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영적 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영적 활동이 뇌와 영적인 힘의 조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뇌는 정신 과정과 사건을 발생시키는 원인자가 아니라 다만 전달하고 표현할 뿐이라는 것이다. TV 수상기와 같다고나 할까.

릭 헨슨·리처드 멘디우스 공저/장현갑·장주영 옮김/불광출판사/1만8000원
붓다 브레인/릭 헨슨·리처드 멘디우스 공저/장현갑·장주영 옮김/불광출판사/1만8000원


이 책이 인간 영성이나 영적 체험이 신과의 교감 결과라는 것을 입증해 보이고자 했다면, ‘붓다 브레인’은 인간의 뇌를 부처의 뇌와 비슷하도록 경건하게 수련하는 법을 전하고 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 박사이자 명상지도자인 릭 핸슨과 신경학자 리처드 멘디우스가 쓴 이 책은 인간의 뇌를 석가의 뇌처럼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다. 현대 뇌과학의 성과가 불교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우리가 열내고, 스트레스 받고, 짜증 내고, 긴장하며, 우울해지는 것은 번뇌와 괴로움의 불길에 싸인 상태이다. 이 불길을 끄려면 우리 몸의 소방서인 부교감신경계를 알아야 한다. 부교감신경계는 우리 몸 자율신경계의 한 축으로, 이를 자극하면 진정 완화 치유의 신호가 몸과 뇌, 마음으로 퍼져 나간다. 스트레스를 막으려면 평소에도 몸이 이완 상태로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명상이나 영적체험 시 뇌파의 움직임을 실험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뇌과학자들은 (외부 충격 없이는) 뇌는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마음도 뇌 활동의 결과에 불과하다고 정의해왔다. 그러나 최근 정밀한 뇌 스캔이 가능해지면서 이런 가설은 무너졌다. 그렇다면 마음을 학습하고 조절하고 훈련한다면 뇌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책은 뇌를 바꾸는 방안으로 불교식 명상 수련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불교는 인간이 심리학과 신경학적으로 쉽게 접근하도록 마음에 대한 상세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불교 수행자들은 실제로 깊은 명상을 통해 뇌의 작동 체계를 바꿀 수 있다. 티베트불교 승려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강력하고 침투력이 강한 감마 뇌파가 발생된 사례가 확인됐다. 신경심리학의 권위자인 하버드의대 허버트 벤슨은 “티베트 승려들이 추운 환경에서 온몸을 드러내고 다닐 수 있는 것도 이런 수행을 통해 스스로 몸의 온도를 조절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자는 그렇다고 모든 독자들에게 수행자가 되라고 강조하지는 않는다. 다만 “뇌를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명제 하나만이라도 머릿속에 담자고 호소한다.

정승욱 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