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기혼여성들이 북한에서는 물론 탈북 과정에서 중국과 ‘종착지’인 남한에서 당하는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양대 사회학과 이화진씨의 박사학위 논문 ‘탈북여성의 북한, 중국, 한국에서의 결혼생활을 통해 본 인권침해와 정체성 변화과정’에 따르면 북한은 1995년 ‘고난의 행군’ 이후 직장 여성에게 주는 배급량을 줄이려고 기혼 여성을 대거 가정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이들 중 많은 수는 오히려 장사 등을 통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배급이 나오지 않더라도 직장에 나가야 하는 탓이다.
이 논문은 이씨가 2000년 이후 북한을 탈출한 30∼40대 기혼 여성 11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한 탈북 여성은 “남성들 임금으로 도저히 생활할 수 없으니까 (남편들이) 대체로 ‘집구석에서 놀면서 뭐 하니’라며 자기 ‘에미네’(아내)들을 구박해서 장마당(시장)으로 내몬다”고 말했다.
북한은 남성 중심의 사회적 분위기여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일도 많지만 여성에겐 이혼조차 쉽지 않다. 한 여성은 “북한에서 여자는 사람이 아니다. 남편이 당국에 요구하면 이혼해주고, 아내가 ‘남편이 바람이 나서 못 살겠으니 이혼하게 해 달라’고 하면 ‘그냥 참고 살라’고 한다”고 전했다. 남자는 30세, 여자는 28세가 돼야 정식 결혼을 할 수 있지만 낙태가 엄격히 금지돼 혼전 임신을 한 여성 중 많은 수가 불법 낙태를 선택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탈북 여성은 “아이를 열 번이나 뗐다”고 고백했다.
‘탈출구’로 탈북을 택하지만 국경을 넘은 이후에도 삶이 팍팍하긴 마찬가지다. 대다수 탈북 여성이 강제송환을 피하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중국인 남성과 인신매매형 결혼을 한다. 이 과정에서 탈북 여성들은 감금이나 강제 성관계 등 폭력에 노출된다. ‘북한으로 돌려보내겠다’는 협박에 저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천신만고 끝에 한국에 도착해도 무시와 차별을 당하긴 마찬가지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한 여성은 “(결혼 생활이 파경을 맞자) 시댁 식구들이 내 장롱을 뒤지며 ‘너 간첩 아니냐’고 묻고 아이를 강제로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