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소설과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역사는 현재를 반추한다. 히틀러는 ‘퇴폐미술전’을 통해 아방가르드, 모더니즘 미술을 탄압했다. 재즈 같은 자유로운 음악이나 샤갈, 마티스, 피카소, 고흐 등의 작품은 하나같이 퇴폐적인 예술이었고 탄압의 대상이었다.
![]() |
| ◇윤태건(공공미술전문가·더톤 대표) |
통일부(남북출입사무소)에서는 벽화가 어둡고, 외설스럽고, 민중화 같아서 철거했다고 한다.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 이런 시각으로 보면 고야나 뭉크의 작품은 어두움의 극치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외설의 극치며,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민중미술의 극치다. 그래 놓고선 벽화의 소유권이 도라산역에 속해 있어서 작가에게 통보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한다. 몇 년 후, 몇 십년 후 통일이 된 뒤 이반의 벽화가 어쩌면 한국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지 누구도 모를 일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벽화를 철거한 책임자는 후대에 물려줄 소중한 공공예술품을 파괴한 장본인이 될 수도 있다. 아니 그렇게 거창할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단순히 현재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공예술품을 철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것은 예술에 대한 가치판단을 후대에 넘긴다는 의미다. 더구나 일정기간이 지난 다음에도 철거를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작가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다음에 조심스럽게 결정을 내린다. 법률로도 규정되어 있다. 현행법에서는 단지 소유권을 갖고 있다고 임의로 예술품을 철거,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저작권법상 저작인격권이다.
굳이 법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왜 공공예술이라고 부르는지 다시 생각해 보자. 말 그대로 공공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관리를 위한 소유권을 통일부에서 갖고 있다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공공의 소유임을 합의한 것이다. 민간에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공예술품을 입맛에 맞춘 여론조사와, 진정 미술전문가에게 받았는지 의심스러운 자문을 핑계로 일방적으로 철거, 훼손했다는 사실이 정부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암담할 뿐이다.
윤태건(공공미술전문가·더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