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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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最古 인쇄술’ 역사 바뀌나

‘증도가字’ 공개 파장
경북대 남권희 교수가 1일 공개한 금속활자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라고 자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까지 알려진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은 구한말 유출되어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직지심체요절(1377년)이 꼽히지만 그것을 찍어낼 때 사용한 ‘흥덕사자(興德寺字)’라는 금속활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남 교수는 각종 문헌 기록을 검토하고 이번에 공개한 금속활자들과 목판 인쇄본의 글자 모양을 비교한 결과 ‘증도가자(證道歌字·가칭)’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인 것으로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남 교수는 무엇보다 고려 고종 26년(1239) 목판본으로 찍어낸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이하 증도가)를 주목했다. 남 교수에 따르면 증도가자에 대한 기록은 ‘증도가’의 권말에 남겨져 있는데, 여기에는 1239년 당시 무신정부의 1인자였던 최이(崔怡)가 각공들을 시켜 더 이상 전해지지 않는 금속활자판 ‘증도가’를 목판으로 복각해서 ‘증도가’를 찍어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를 보아도 직지보다 앞선 금속활자가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활자 12점이 이 금속활자본 ‘증도가’를 찍는 데 쓰였다는 게 남 교수의 설명이다. 그가 활자의 이름을 ‘증도가자’라고 붙인 것도 그 때문이다.

증도가자는 그러나 그동안 존재를 입증할 만한 금속활자본이나 금속활자인본이 전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그것의 주조 시기나 수량, 인쇄 시기 등을 알기 어려웠고 활자의 규격이 가로·세로 각 1㎝ 정도로 추정되었을 뿐이다. 남 교수는 실제로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의 규격은 이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증도가자’가 13세기쯤 주조 및 사용된 것이며 밀랍 주조 방식을 택한 ‘흥덕사자’와 달리 주물사 주조방식을 택해 만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또 흥덕사자는 지방에서 만든 활자인 데 비해 증도가자는 중앙에서 주조·사용된 것이므로 고려시대 주조기술과 조판 및 인쇄술을 조선시대와 비교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금속활자가 세계 최고로 공인받기 위해서는 국내외 관련 학계의 교차 검증 등 엄중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