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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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17년전 이회창이 걸은 길 그대로 따르나

대법관→감사원장→국무총리… 판에 박은 듯 닮은 관운

총리·국회의장·대법원장 '3부요인'을 모두 법조인 차지

◇ 김황식 원장(왼쪽)과 이회창 대표(오른쪽)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새 국무총리 후보에 김황식(62) 감사원장을 내정했다. 전남 장성 출신인 김 감사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인준 표결을 통과하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전남 출신으로는 처음 ‘재상’에 오르는 영예를 안게 된다.

 김 감사원장의 총리 후보 지명 소식에 많은 국민이 이회창(75) 자유선진당 대표를 떠올리고 있다. 대법관, 감사원장, 총리를 차례로 거친 이 대표의 인생행로가 김 감사원장과 너무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5공화국 시절 5년간 대법관으로 일한 뒤 잠시 변호사로 개업했다가 1988년 6공화국 출범과 더불어 대법원에 ‘컴백’했다. 대쪽 같은 성품 때문에 법조계 안팎의 존경을 한몸에 받던 그는 1993년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대통령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여 감사원장으로 옮겼다. 사법부의 최고위직인 대법관이 임기 도중 행정부의 최고위직으로 이동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 관가의 화제가 됐다.

 이 대표는 그해 말 문민정부 초대 총리인 황인성씨가 쌀시장 개방에 따른 민심 악화 수습 차원에서 물러난 뒤 후임 총리에 기용됐다. 감사원장 업무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총리로 수직상승한 것이다.

 김 감사원장도 비슷하다. 그는 판사 시절 법관의 ‘출세 코스’로 불리는 법원행정처에 오래 근무했고, 요직 중의 요직인 행정처 차장을 거쳐 2005년 대법관으로 발탁됐다. 그런데 6년 임기 절반도 채우지 않은 2008년 느닷없이 이 대통령 부름을 받고 감사원장으로 옮겨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법원공무원노조 등에선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반대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감사원장 임기 4년 중 2년을 갓 넘긴 시점에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아직 국회 동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총리가 되면 17년전 이 대표가 걸은 길을 마치 복사한 것처럼 그대로 따르는 셈이 된다.

 앞서 대법관 출신으로 총리에 오른 이로는 이 대표 말고도 김대중 정부 마지막 내각을 이끈 김석수(78) 전 총리가 있다. 또 김 원장이 총리에 오르면 헌정사상 처음으로 이른바 ‘3부요인’이 모두 법조인으로 채워지는 진기록도 세워진다. 사법부 수장인 이용훈(68) 대법원장은 당연히 법조인이고, 현재 입법부를 대표하는 박희태(72) 국회의장은 검사 출신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