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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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전쟁’ 확전… 中 기세등등, 日 전전긍긍

“이번 기회에 영유권 분쟁 우위 확보” 별러
일본의 ‘굴욕’에도 중국은 ‘센카쿠’ 전쟁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인 선장이 아무 조건 없이 풀려난 후에도 중국 정부는 일본의 불법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며 압박 공세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강경 기조는 이번 기회를 활용해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제도)에 관한 영유권 분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일본 측이 중국인 선장을 석방했다고 해서 영유권 분쟁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댜오위다오가 중국 땅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각인하려 애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 외교부는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면서 중국 어선과 선원에 대한 구금과 조사를 포함한 일본의 모든 사법조치는 불법적이고 효력이 없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영유권 분쟁에 관해 어느 정도의 실익을 챙기기 전까지는 그동안 일본에 취해온 고위급 회담보류, 군사시설 촬영 혐의의 일본인 수사와 같은 강경 조치를 쉽사리 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인 선장 ‘영웅 만들기’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 정부는 일본이 억류해 온 잔치슝(詹其雄·41)선장의 귀국을 위해 전세기를 보내는가 하면 후정웨(胡正躍) 외교부 부장조리와 훙제쉬(洪捷序) 푸젠성 부성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직접 공항에 나가 그를 영접했다. 잔 선장은 귀국 후 중국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이 나를 구속한 것은 불법이다.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영토다” “조만간 다시 댜오위다오로 고기를 잡으러 갈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언론 매체들은 잔 선장이 푸저우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진장(晉江)의 고향마을에 돌아가 마을 주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때까지 상황을 신속하게 보도하면서 마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영웅’처럼 대접했다. 중국평론신문망(中國評論新聞網)도 잔 선장을 댜오위다오를 지키기 위해 싸운 ‘민족의 영웅’이자 ‘위대한 중국인’이라고 치켜세웠다. 문회보(文匯報), 명보(明報),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들도 26일 잔 선장이 공항에 도착해 손가락으로 ‘V자’를 표시한 사진을 1면에 게재하면서 ‘영웅선장’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이 마냥 강경 일변도로 치닫지는 않고 조만간 갈등 봉합의 수순을 밟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외교부도 “중국과 일본은 이웃 국가로서 전략적 호혜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게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며 관계 복원의 여지를 남겨뒀다.

베이징=주춘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