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309조6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올해보다 5.7%, 16조8000억원 불어난 규모다. 눈에 띄는 것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이고 복지 예산을 늘린 점이다.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늘린 점도 주목된다. 4대강 사업에는 당초 계획대로 투자가 이뤄진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에는 곳곳에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빚을 내 나라살림을 꾸리는 적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리대상수지 적자는 내년에 25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올해 30조1000억원에 비해 줄어든 규모라고 하지만 더 줄일 수 있는 것을 방기한 면이 없지 않다. 적자는 결국 모두 빚으로 메워야 하니 그 결과 국가부채는 올해 말 407조2000억원에서 내년 말에는 436조8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 빚의 연간 이자만 20조원이 넘는다.
적자 기조의 직접적인 원인은 복지 예산에서 찾을 수 있다. 보건·복지·노동 부문의 예산은 올해 81조2000억원에서 내년에는 86조3000억원으로 5조1000억원 늘어난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계층을 지원한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빚을 내 돕겠다니 문제다. 정치적 인기를 도모하기 위해 복지 강화를 부르짖으면 나라살림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그에 따른 짐은 국민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세를 걷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빚으로 나라살림을 꾸리면서 통일세를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나랏빚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통일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여력도 줄어든다. 정부는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가 만연하고 있는 데 주목해 이를 차단함으로써 재정 수입 확대에 힘써야 할 것이다. 국회의 역할이 크다. 정부 예산안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요청된다. 불요불급한 부문을 제외하고 재정적자를 유발하는 쓸데없는 예산은 모두 삭감해야 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