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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추가인상’ 딜레마에 빠진 韓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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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외 가파른 물가상승 등으로 인상 압박
저금리 지속으로 실질금리도 마이너스로 주저앉아
경기선행·동행지수 동반하락…환율급락 등은 부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둘러싼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파른 물가 상승과 마이너스로 돌아선 실질금리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 압박이 커지는 반면에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와 원·달러 환율 급락 추세에 금리 인상의 발목이 잡힌 형국이기 때문이다.

신운 한은 물가분석팀장은 3일 “자체 모니터링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초반에 머무를 것으로 봤는데, 3.6%을 기록해 이를 훌쩍 넘겼다”고 밝혔다.

한은은 신선식품의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3월부터 줄곧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9.9%에서 6월 13.5%, 7월 16.1%, 8월 20.0%, 9월 45.5%로 높아지는 추세다.

신 팀장은 “농산물 가격은 체감물가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가공식품과 서비스 요금 등으로 가격 오름세를 확산시킨다”고 설명했다.

개인 서비스의 약 40%를 차지하는 외식업은 인건비와 농산물 가격 상승을 상당부분 가격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최근 증폭된 농산물 가격 상승은 조만간 개인 서비스 요금의 상승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신 팀장은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꽤 높을 것으로 본다”며 “상당수 기업의 누적된 원가 상승분이 반영되면 물가 압력이 눈에 띄게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주저앉은 것도 금리 인상의 명분이 되고 있다. 최근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서 이를 즉각 반영하는 은행의 예금금리는 지난달부터 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으로 대부분 연 3%대까지 낮아졌다. 3%대 예금금리에서 3.6%의 물가상승률을 빼고 세금마저 낸다면 은행에 돈을 넣고도 사실상 손해 보는 처지가 되는 셈이다.

게다가 시장에 풍부한 자금이 유입되는 유동성 장세로 시장 금리는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채로 오래 지속되면 기업 구조조정을 가로막아 거품이 끼게 되면서 장기적으로 경기불황과 저성장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

하지만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가로막는 요인도 만만치 않다. 최근 들어 경기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동반 하락하고 제조업과 소비자의 체감경기 지표가 둔화하면서 경기 상승세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럴 경우 금리가 인상되면 경기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울러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환율이 갈수록 하락하는 추세도 금리 인상에는 부담이다. 지난 1일 원·달러 환율은 1130원선으로 내려가 지난 5월13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내외 금리차가 커지면서 달러 유입을 부채질해 환율이 더 떨어져 수출경쟁력을 갉아먹게 된다. 우리 경제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원·달러 환율 하락은 경제성장에도 악재가 된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물가안정을 기본업무로 하는 만큼 추가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황계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