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6일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을 함에 따라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경제권을 안마당으로 끌어들이게 됐다. 동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EU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EU 시장에 대한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007년 협상을 타결하고도 의회의 벽에 가로막혀 정체에 빠진 한미 FTA에도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시장 열린다
EU는 인구가 5억명에 이르고 경제규모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18조3000억달러)로 우리나라의 약 20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경제권이다. EU의 상품교역규모 역시 2008년 기준으로 세계 전체 교역의 17.1%(역내교역 제외)로 미국(14.1%)과 중국(10.4%)을 크게 앞서 있다.
이 같은 세계 최대 경제권과 동아시아 국가 최초로 FTA를 체결한 것은 우리나라에 큰 기회다. 현재 우리나라가 EU와의 교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자동차, 전기·전자, 섬유 등의 제조업 부문은 우리 기업이 일본, 중국, 대만, 아세안 국가들과 EU 시장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분야다. 따라서 FTA로 관세가 낮아지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져 시장 점유율 향상이 기대된다.
우리나라와 EU 사이의 교역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13% 확대됐으며, 2006년 이후 중국에 이어 제2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실질 GDP 5.6% 증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10개 국가 연구기관은 이날 합동으로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EU FTA가 이행될 경우 장기적으로 자본 축적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실질 GDP가 최대 5.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EU FTA 이행 효과가 앞으로 10년에 걸쳐 경제에 반영된다고 가정할 경우 연평균 0.56% 증가하는 셈이다. 단기적으로는 교역 증대 및 자원배분효율 개선 등으로 실질 GDP가 0.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 철폐에 따른 가격 하락과 소득 증대 등을 통해 늘어나는 후생수준은 GDP 대비 3.8%(320억달러)로 추정했다. 고용도 장기적으로는 25만3000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별로는 서비스업이 21만9000명, 제조업이 3만3000명, 농수산업 취업자가 1000명 각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수지도 개선돼 흑자가 15년 동안 연평균 3억610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제조업은 관세 철폐 등으로 흑자가 연평균 3억95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농업은 적자가 연평균 3100만달러 늘어나고, 수산업도 적자가 연평균 24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FTA 허브’ 꿈 성큼
한·EU FTA 정식 서명은 한미 FTA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미 FTA는 정치적인 문제로 미국 의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수년째 ‘대기’ 상태다. 그러나 한·EU FTA 정식 서명이 이뤄짐에 따라 아시아 시장을 EU에 빼앗길 수 없다는 조바심이 한미 FTA에 대한 미 의회의 비준을 재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EU FTA와 한미 FTA가 동시에 발효될 경우 우리나라는 주변국들에 비해 거대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 ‘FTA 허브’로 자리 잡게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5개의 FTA가 발효 중이며, 23개의 FTA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시행 중인 ‘FTA 국내보완대책’을 통해 취약산업을 지원하고, 특히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추가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