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규모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PIFF) 제15회 행사가 7일 부산 해운대 등에서 9일간의 일정으로 닻을 올렸다.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라도 이 기간 동안 67개국에서 출품된 300여편의 작품 모두를 감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산영화제 조직위원회와 김지석 이상용 전찬일 등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영화 흐름을 보여줄 ‘뉴커런츠’, 주목할 만한 감독의 작품, 화제작 등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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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자의 삶을 냉철하게 따라간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 |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에는 8개국 13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뉴커런츠 부문은 아시아의 신인감독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아시아 영화의 새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관계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프로그래머들에 따르면 올해 뉴커런츠의 두드러진 경향은 동시대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작품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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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를 찾아 바다로 나서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셰론 다욕의 ‘바다로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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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국화인 삼파기타로 만든 꽃목걸이를 팔아 생활하는 거리 아이들 얘기를 담은 프란시스 파시온의 ‘삼파기타’. |
인간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올해 젊은 감독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다.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은 학창 시절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이는 어두운 통과의례 경험을 그린다. 산자이 낙의 ‘아들의 연인’(인도)은 죽은 아들의 게이 파트너를 만나 그들의 사랑을 점차 이해해 나가는 어머니 얘기를 담았고, 김수현 감독의 ‘창피해’는 레즈비언 차원을 넘어 사랑에 대한 새 감각을 열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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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지진으로 서로 생사도 모른 채 살아온 모녀가 또 한번의 지진으로 재회하는 과정을 그린 ‘대지진’. |
사랑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는 응우옌 판쿠앙빈의 ‘떠도는 삶’(베트남), 데릭 창과 지미 완의 ‘사랑의 화법’(홍콩)도 탄탄한 이야기 구조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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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에서 강의하는 작가가 미지의 여성과 만나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담은 ‘증명서’.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 중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추천한 화제작들을 모아봤다.
먼저 펑샤오강의 ‘대지진’은 중국의 역대 흥행기록을 갈아 치운 올해 중국 최고의 화제작이라는 평가다. 30여년 전 대지진으로 서로의 생사조차 모르고 지내던 모녀가 또 한번의 대지진 때문에 재회하는 과정을 그렸다. 펑샤오강의 부인인 판수가 어머니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증명서’는 올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이탈리아 토스카나를 배경으로 이탈리아에서 강의하는 작가가 갤러리를 운영한다는 미지의 여성과 만나 즉흥적인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세계적인 배우 줄리엣 비노쉬의 연기가 압권이지만, 남자주인공 뮐러 역을 맡은 윌리엄 쉬멜도 첫 주연을 맡아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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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악한 영주를 암살하려는 자객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13인의 자객’.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
인도 최고 감독인 마니 라트남의 ‘라아반과 라바난’은 똑같은 내용의 작품을 두 가지 언어로 만든 특이한 작품이다. ‘라아반’은 힌디어 버전, ‘라바난’은 타밀어 버전이다. 복수와 사랑이 뒤엉킨 영화다. 눈부신 의상 등 인도 영화의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여주인공은 모두 아이쉬라이와 라이가 맡았다. 영화제에서는 두 편을 모두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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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촌마을 여인의 사랑을 다룬 태국 아딧야 아사랏 감독의 ‘하이-소’. |
많은 작품이 쏟아지면서 중요한 작품이나 감독임에도 상영 당시 주목받지 못하고 뒤늦게 평가받는 경우가 있다. 올해 초청작 중에도 널리 알려진 감독은 아니지만 재평가해야 할 감독, 혹은 주목해야 할 감독들이 있다.
이란의 에브라힘 포르제시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이란의 뉴웨이브를 열었던 중요한 인물. 하지만 포르제시는 이란 국내를 벗어나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엔 그의 초기작 ‘열쇠’(1987)와 ‘항아리’(1992)가 조금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그가 올해 만든 ‘첫 번째 묘비석’은 반가운 작품이다. 중년 남자와 마을 사람들 간 묘비석을 둘러싼 갈등을 다룬 이 영화는 포르제쉬의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태국 아딧야 아사랏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발굴한 대표적인 감독. 그의 데뷔작 ‘원더풀 타운’은 부산영화제를 시작으로 세계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다. 올해 아사랏은 조그만 어촌마을 여인의 사랑을 다룬 두 번째 장편영화 ‘하이-소’를 완성, 부산영화제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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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에 대한 풍자가 날카롭게 적용돼 있는 인도 무랄리 나이르의 ‘처녀 염소’. |
또 다른 필리핀 감독인 마크 메일리는 ‘곡하는 여자’로 해외에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이식’은 돈 때문에 신장을 이식하려는 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에 비견될 만한 작품이다.
인도의 무랄리 나이르는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작인 ‘사좌’ 이후 독립영화 제작을 고집하는 작가다. 다작을 하지 않는다. 이번에 초청된 ‘처녀 염소’에도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권력에 대한 풍자가 예외 없이 적용돼 있다. ‘처녀 염소’는 영화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