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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한 경제 여건… 물가잡기보다 환율 우선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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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하락 가속화 부담
수출 경쟁력 약화도 ‘악재’
“인상시기 놓친것 아니냐” 우려도
김총재 “인상기조는 변함 없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은 글로벌 환율전쟁이 우리 경제의 발등에 떨어진 불임을 보여준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2.25%)에서 동결한 것은 현재 우려되는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 추세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된 금통위 통화정책회의 결정문은 주요국의 환율 변동성 확대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국내 금융시장 유입으로 인한 환율 하락 문제를 금리 동결 배경으로 적시하고 있다.

특히 김중수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는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대내외 상황을 종합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며 ‘환율’이라는 단어를 27번, ‘환율전쟁’이라는 용어를 3번이나 사용해 긴박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국제 금융 상황이 절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대내외 여건이 급변하고 있다”, “지금은 위중한 시기”, “세계가 어렵게 간다” 등의 말로 위기감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기준금리가 인상됐으면 대내외 금리차 확대로 외국자본 유입이 급증해 원·달러 환율 하락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이 양적 완화를 통해 자국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원화 가치만 상승하면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우리 외환당국의 입지는 좁아졌다. 11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경우 국제적인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 하원은 환율 조작 의심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큰 부담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에 서류를 든 채 들어오고 있다.
남제현 기자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이 13일 한국에 외환시장 개입 자제를 요구하면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돼온 환율전쟁 전선이 선진국과 신흥국 전체로 확대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장기판의 ‘차’ 떼고 ‘포’ 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렸다간 원·달러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이 하락했을 가능성이 컸다는 게 금리 동결의 가장 큰 이유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은이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한은의 물가관리 중심선(3%)을 크게 벗어난 3.6%(전년 동월대비)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김 총재는 “(금리인상) 기조는 변함없다”고 밝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환율전쟁 중에 우리만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부담을 느껴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과 물가 상승 추이가 기준금리 추가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1월에는 미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양적 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러화 약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커 기준금리 인상 여건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