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 한 회의장.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의 택시대책소위가 ‘버스전용차로 택시 통행, 무엇이 쟁점인가’를 주제로 마련한 토론회가 열리기도 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택시·버스업계 관계자 400여명이 한데 뒤엉켜 몸싸움과 삿대질을 벌이며 충돌한 것이다.
버스업계 쪽은 “우리들 모르게 여당이 택시업계 쪽과 토론회를 열려고 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나라당 서민특위 관계자는 “유명무실화한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에 한해 출퇴근 시간 외 택시 진입 허용을 검토하는 것인데도, ‘버스중앙차로’까지 모두 열어주려는 것으로 (버스업계에서) 오해한 것 같다”며 “공론의 장조차 마련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진입문제’ 논란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최근 한나라당이 택시업계의 경쟁력 제고 방안 중 하나로 이 문제를 논의하고 나서고 같은 당 신상진 의원이 ‘버스전용차로에 택시 진입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다.
신 의원은 지난 20일 ‘승객을 태운 택시는 언제든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고, 빈 택시도 출퇴근 시간이 아니면 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24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택시업계가 경영악화와 서비스의 질적 하락 등 악순환을 거듭해 택시업계가 요구해 온 버스중앙차로 진입 허용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여당의 이런 움직임을 놓고 택시와 버스업계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택시업계에선 “경영악화를 막고 택시의 장점인 ‘신속성’과 ‘편리성’ 등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크게 반기고 있다. 한 관계자는 “택시 공급과잉을 이유로 택시부터 줄이라고 하지만 이는 예산이 많이 들고 복잡한 문제”라며 “버스전용차로 진입 허용 등 택시 수요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에서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오지섭 정책실장은 “다시 한번 택시가 버스전용차로에 들어온다는 말이 나오면 전 조직을 동원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2년 전 택시산업 진흥을 위해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 등 일부 여야 의원이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운행을 가능토록 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격하게 벌어진 택시·버스업계 간 갈등이 재연될 것임을 예고하는 발언이다.
당국과 전문가들은 버스업계 쪽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편이다. 버스전용차로에 택시진입을 허용할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택시는 승·하차를 위해 전용차로를 벗어나 운행할 빈도가 높아 전체 교통흐름을 방해하고 사고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