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학고재갤러리 기획실장 |
실험적인 작품들을 주로 선보이는 공간 해밀톤에서는 젊은 작가들이 모여, 생전에 파리에 가고 싶어했던 이상을 파리에 보내는 개념의 ‘이상 오마주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전시, 토크, 퍼포먼스 등을 통해 다각도로 이상의 삶에 접근했다.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꾸준히 추진해 왔던 대산문화재단과 문학사랑 역시 올해는 이상의 작품과 그 인물에 대한 화가들의 해석을 담은 작품전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박태원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소설가 박범신과 미술가 안종연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안종연은 박범신의 소설 ‘주름’을 모티브로 한 설치작품을 선보여 문학작품이 미술가를 통해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한편 양혜규는 얼마 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삶과 문학을 그의 작업 안으로 끌고 들어와 문학을 매개로 해 공연, 영화, 전시 등을 넘나드는 탈장르적인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처럼 기존의 문학작품, 문인을 주제로 미술인들이 작업을 풀어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천성명, 양아치 등의 미술가들처럼 본인이 직접 소설을 쓰고 그 내용을 작업으로 풀어내는 작가들도 있다. 마치 이상처럼 한 예술가 안에 다원적인 경향성이 녹아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문학적 서사는 미술과 문학 장르 간의 융합을 보여주는 작품과 전시 속에서 중요한 상상력으로 작용하면서 해석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소통의 과정을 증폭시켜 의식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지연 학고재갤러리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