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원불교의 가르침은 교화가 아니라 인류 전체가 잘되는 데 있습니다.” 지난 1일 서울 은덕문화원에서 만난 원불교 유엔사무소장 이오은(55·사진) 교무는 “인류 평화가 우선”이라는 말을 유난히 강조했다. 이 같은 말은 단지 수사가 아니라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맞춰 세계 각지 종교인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것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30년째 생활하며 유엔 산하 종교 관련 비정부기구(NGO) 인맥을 넓힌 그는 이번에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종교·문화계 인사 60여명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이들은 오는 7일부터 13일까지 종교 간 협력과 평화 문제를 논의하고 G20 정상들을 향해 도덕 정치의 실천을 촉구하는 영적인 메시지도 전달하게 된다.
용산 하이원빌리지와 원불교 익산성지, 전남 영광의 영산 성지 등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의 큰 타이틀은 ‘G20과 세계윤리회의’다. 세부적으로는 큰 타이틀과 같은 이름의 G20과 세계윤리회의(9일)에 이어 ▲G20과 세계 여성지도자회의(10일) ▲G20과 문명·문화·종교 간 대화(11일) ▲G20과 세계종교 영성훈련(7∼13일)이 진행된다.
이 교무는 “이번 행사의 취지는 경제정의와 금융개혁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G20 지도자들이 도덕적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는 것”이라며 “G20 지도자들이 한국에서 영적인 힘을 얻어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실제 정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영적인 기운을 불어넣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울러 이번 행사는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모여 상호 이해해 가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G20 행사에 맞춰 영적인 힘, 영성을 강조하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과도 관계가 깊다.
어릴적부터 영적인 눈이 밝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는 그는 “유엔 관련 활동의 일환으로 ‘대학살의 땅’ 르완다를 방문했을 때 대학살 박물관에 전시된 어린이 유골 등을 보는 순간 갑자기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영적인 기운이 느껴졌고, 이들을 위해 영혼을 정화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르완다 고아원에서 한국의 농악과 살풀이, 지신밟기 등을 활용해 생자와 사자 모두의 영혼을 달랜 경험이 있다. 이번 행사에서도 그는 각국 지도자들이 한(恨)으로 표현되는 영적인 힘이나 영감을 느끼기를 기원하고 있다. 종교 간 대화와 관련해서는 그는 “원불교의 가르침은 교화에 있지 않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유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가족들의 종교가 다양하지만 갈등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불교 신자였던 이 교무는 여고 시절이던 1971년 마산의 원불교 교당을 스스로 찾았다가 원불교 수행을 시작했다. 경남 합천에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1981년 익산의 원불교 총부에서 정식 출가해 교무가 됐다.
그해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간 뒤 1992년 원불교 유엔사무소를 설립, 현재까지 소장으로 있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세계종교인평화회의(WCRP) 공동의장직을 수행하는 등 종교 간 대화와 협력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교무는 내년 10월에는 원불교 뉴욕총부에서 이번 한국 행사에 이은 세계윤리회의, 종교 간 대화 행사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