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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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짜리 새만금 별칭 ‘아리울’ 무용지물

혼용 고집하다 ‘혼선’만 가중
공문·도로표지판도 반영 안돼
국무총리실과 전북도가 새만금을 세계적인 명품사업으로 이미지화하려고 공모를 통해 선정한 ‘아리울(ARIUL)’이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오히려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외를 대상으로 한 이 공모의 홍보와 상금 등에 총 2억3000만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도 않고 새만금사업의 이미지를 대체하지도 못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전북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새만금추진기획단과 도는 새만금지구를 명품복합 국제도시로 이미지화하고 외국인이 발음하기 어려운 ‘새만금’을 대체할 별칭으로 지난 1월 ‘아리울’을 확정했다.

2008년 서울에서 열린 ‘새만금 종합개발 국제 공모’에 참석한 외국 전문가들이 새만금(Saemangeum)을 ‘새만기움’ 또는 ‘세이만지움’ 등으로 지칭해 발음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아리울’은 ‘아리(물의 순 우리말)’와 ‘울(울타리, 터전의 순 우리말)’의 합성어로 ‘물의 도시’라는 새만금의 특성과 함께 외국인의 발음 편리성이 고려됐다.

정부와 도는 당시 ‘아리울’이 환경 파괴에 따른 간척사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의 ‘새만금’을 대체하고 외국인이 발음하기도 쉬워 외국 자본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명칭으로서 ‘아리울’은 20년 가까이 사용되면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새만금’을 대체하는 데 사실상 실패해 혼선만 주고 있다. 이는 ‘새만금’의 명칭을 버리지 않은 채 ‘아리울’의 혼용을 고집한 데서 비롯된다.

한 홍보 전문가는 “새 이름이 생기면 헌 이름은 자연스럽게 없어져야 하는데, 새만금과 아리울은 간혹 혼용되고 있는 데다 오히려 새만금의 인지도에 밀려 아리울의 존재 여부도 모를 정도”라고 지적했다.

도는 ‘아리울’ 선정 당시 “새만금과 관련한 공문서와 자료 등에 새만금 대신 아리울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공문서는 물론 도로표지판이나 각종 건물의 간판도 여전히 ‘새만금’이다.

도 관계자는 “아리울은 새만금 전체의 이미지가 아니라 새만금에 조성되는 명품복합도시의 명칭으로 보는 게 적합하다”며 “아리울이나 새만금의 명칭을 같이 쓰는 것도, 하나만 사용하기도 어려워 어정쩡하다”고 말했다.

전주=박종훈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