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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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고속정 침몰 뭐가 문제였기에

입력 : 2010-11-11 20:43:00
수정 : 2014-09-03 10: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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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밖 식별’ 항해레이더 달고 어선접근 몰라
구명조끼도 착용 안해… 軍 기강해이 또 도마에
지난 10일 제주도 북방 해상에서 어선과 충돌해 침몰한 고속정(참수리 295호정) 사고는 경계태만이 빚은 과실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항해레이더가 달린 고속정이 눈뜨고 어선과 충돌했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이번 사고가 고속정의 경계 태만 때문으로 드러날 경우 천안함 사건 이후 또 한 차례 군의 기강 해이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침몰 원인은

해군은 11일 “지금까지 확보된 진술과 정황을 종합할 때 침몰 고속정은 함수 좌현 1∼2m 지점을 어선(106우양호·270t)의 뱃머리 아래 돌출부분에 들이받혀 구멍이 뚫리면서 침수돼 가라앉았다”고 밝혔다. 이날 제주 한라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이던 고속정 승조원도 “(고속정은) 가만히 있었는데 어선이 들이받았다”고 말했다. 해군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배를 인양해 봐야 결론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군에서 인양 계획과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군은 1999년 3월 남해안으로 침투 도중 격침된 북한 반잠수정을 150m 해저에서 인양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인양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해군은 이날부터 고속정에 탑승했던 생존 승조원 27명에 대해 개별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경계태만 없었나…제기되는 의혹들

사고 당시 고속정은 어선과 부딪칠 때까지 어선 접근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고속정에는 항해레이더가 장착돼 통상 100㎞ 밖에서 접근하는 선박을 한눈에 식별할 수 있고, 고속정 외부에는 정장이나 부정장, 2명의 견시(관측)요원을 배치하게 돼 있다. 더욱이 침몰 고속정 인근 약 450m 지점에 또다른 고속정이 이동하는 상황이었다. 2척의 고속정 모두 접근하는 어선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여서 야간 당직요원들의 근무기강이 엉망이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당시 시정 3마일(5㎞)로 육안 관측이 양호했던 점 또한 충돌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천안함 사건 때 논란이 된 ‘라이프조끼’는 여전히 야간 임무수행자들에게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프조끼는 위치 식별장치가 부착돼 실종자 위치 파악에 매우 중요한 장비다. 해군 관계자는 “입항 때는 위험하기 때문에 승조원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데 어제는 그런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사고가 난 해군 3함대 소속 고속정은 10일 오후 10시50분쯤 제주항 서북방 5.4마일(8.7㎞) 해상에서 야간 경비임무 수행를 마치고 제주항으로 복귀하다 106우양호와 충돌한 뒤 다음날 오전 1시25분에 침몰했다.

승조원 30명 중 28명은 뒤따라 오던 고속정에 의해 구조됐으나 중상을 당한 노가빈 일병은 후송된 병원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임태삼(25) 하사와 홍창민(22) 이병은 충돌 직후 실종된 상태다. 해군은 임 하사와 홍 이병이 함정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선 쪽에선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파손 정도도 경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