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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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린도 쑨양도 ‘박태환 발끝’만 봤다

입력 : 2010-11-15 11:40:09
수정 : 2010-11-15 11: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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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형 200m 1분44초80… 아시아신기록 역영
처음부터 끝까지 1위 질주… 3관왕 ‘청신호’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에서 동양인으로는 72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마린보이’ 박태환(21·단국대)이 다시 훨훨 날아올랐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앞만 보고 달렸던 박태환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쓴맛을 봤지만, 마침내 광저우 아시안게임 첫 경기인 자유형 200m에서 대회 2연패를 이루면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달성하며 대회 MVP를 차지했던 박태환은 14일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첫 금메달이 걸린 200m 결선을 앞두고도 여유가 넘쳐났다. 큰 무대에 다시 섰지만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참패는 모두 잊은 채 긴장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랜 라이벌인 중국의 장린(23), 떠오르는 샛별 쑨양(19)과 나란히 출발 총성을 기다리고 서 있음에도 이들을 의식하지 않았다. 박태환은 여느 때와 똑같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흥얼거렸다. 자신의 이름이 장내에 소개되자 관중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자신감과 여유가 넘쳐 흘렀다.

예선 성적에 따라 4번 레인의 쑨양, 5번 레인의 장린에 이어 3번 레인에 선 박태환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는 등 완벽한 역영의 드라마를 펼쳤다. 예선 성적을 의도적으로 조절해 가며 3번 레인에 서게 된 것은 중국 선수들의 샌드위치 견제를 피하기 위해 코칭스태프가 만들어낸 작전의 승리였다. 

14일 광저우시 아오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200m 자유형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박태환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
출발 총성이 울리자 박태환은 출발대를 힘차게 박차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잠영으로 무려 16m가량을 진출했다. 이때부터 경쟁자들을 앞서기 시작했다. 특유의 유연성을 앞세워 역영을 한 박태환은 50m를 24초78에 끊었다. 4년 전 도하아시안 게임 때는 물론 은메달을 차지했던 2년 전 베이징올림픽 때의 랩타임 24초91을 능가하는 훌륭한 기록이었다. 이때부터 금빛 레이스가 예견됐다.

박태환은 뒤따라오는 경쟁자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며 힘차게 물질을 계속했다. 100m를 51초39의 좋은 기록으로 찍었을 때에는 경쟁자들보다 몸 길이 반 정도 앞서 있었다. 150m는 1분18초03에 주파했다. 2, 3위 그룹과는 몸길이 하나 이상을 앞섰다. 금메달은 거의 확정적이었다. 박태환은 주특기인 막판 스퍼트를 하며 격차를 더욱 벌려 놨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자신이 세운 아시아기록을 깨고 1분44초80으로 1위로 여유 있게 골인한 뒤 주먹을 불끈쥐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대회 남자 선수로서는 첫 신기록의 주인공이 되면서 부활을 만방에 알린 순간이었다. 이 기록에 박태환 자신도 깜짝 놀랐다.

박태환은 경기를 마친 뒤 “아직 해야 할 종목도 많고 반도 치르지 않았다. 너무 좋은 기록이 나와 버렸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7종목에 출전하는 그는 “첫날 종목만 끝났을 뿐이지만 첫 출발이 좋아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박태환은 경기고 2학년이던 도하 아시안게임 때의 3관왕을 넘어서는 다관왕을 확신하고 있었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