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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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위키리크스 설립자 간첩법 적용 검토"

전방위 수사 착수..법 적용 범위 놓고 논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30일 방대한 기밀외교 전문을 무차별 공개한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미국의 국익과 외교활동을 침해했다고 보고 위키리크스 설립자와 조직에 대해 `간첩법'(Espionage Act)을 적용해 처벌하는 법률적 검토에 착수했다.

미 고위 국방 당국자는 "법무부와 국방, 국무부 소속 변호사들이 위키리크스의 외교문서 유출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적 대처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 '간첩법' 적용이 적용될 수 있는지, 이 법으로 위키리크스를 처벌할 수 있는지도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와 함께 법무부, 국방부와 연방수사국(FBI)까지 참여해 위키리크스 조직, 이 조직에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사람은 물론 기밀 외교문건에 접근이 가능한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수사에 들어갔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미국 당국은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에 대해 어떤 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분명한 방침을 정하지 않은 상태지만, 어샌지에 대해 `간첩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률가들 사이에는 이견이 있는 상태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1917년 제정된 간첩법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를 광범위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연방대법원의 판례때문에 비밀문건 유출사건 적용에 논란이 있을 수 있고, 또 처벌을 위해 어샌지의 신병을 미국으로 인도하도록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일부 전문가는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친(親) 이스라엘 로비스트 2명에 대해 간첩법을 적용한 전례가 있고 여러 정황상 위키리크스에 대해서도 간첩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적극적 견해가 정부 소속 법률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전직 중앙정보국(CIA) 법률자문위원 제프리 스미스는 "법무부가 줄리언 어샌지를 기소할 수 있는 방법을 틀림없이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는 위키리크스의 문건 폭로에 앞서 지난 27일 국무부가 해럴드 고(한국명 고홍주) 법률고문 명의로 줄리언 어샌지에게 해당 문서들을 웹사이트에 올리지 말고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하고 미국 정부에 자료를 반환해줄 것을 요청한 사실에 주목했다.

스미스는 "국무부가 사전에 기밀문건 공개중단을 요청하는 서한을 위키리크스에 보낸 것은 정책적으로 필요한 현명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미국 정부가 줄리언 어샌지를 처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스미스는 "간첩법은 국가안보와 관련있는 정보를 허가없이 취득했거나 그 정보가 미국 국익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정부로부터 그 자료의 반환을 요구받고도 이를 공개하거나 보유했을 경우 처벌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럭 와이스 전 연방 검사는 간첩법 적용의 어려움을 거론하면서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러시아와의 비밀협상을 다룬 한 외교전문이 국가안보에 위험한지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국익 위협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비밀전문을 공개해야 하는 사태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간첩법 적용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더욱 중요한 문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적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케네스 웨인스타인 전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정부가 기밀정보를 받거나 유포한 사람을 처벌할 경우, 언론은 통상적으로 정부내 인사들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 적용 문제와는 별개로 미국 정부가 줄리언 어샌지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이다.

범죄인 인도조약에 가입한 국가들도 정치적 범죄의 경우 신병인도 협력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 나라들은 위키리크스의 미국 기밀외교문건 폭로를 형사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문제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